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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12
대만 TSMC가 보여주고 있는 것
오늘은 대만 반도체산업에 관련된 칼럼과 기사를 골랐습니다. 칼럼은 이학영 논설고문이 A34면에 쓴 ‘왜 대통령이 되려는 겁니까’, 기사는 황정수 기자가 A1, 5면에 작성한 ‘매출 1조원 이상 반도체 기업, 한국 7개 vs 대만 21개’입니다. 두 종류의 글 모두 대만의 국보급 기업인 TSMC의 눈부신 활약을 매개로 한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우리 반도체산업에 대한 자부심을 피력했습니다. “세계 최고 대한민국 반도체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라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확고한 1·2위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선 글로벌 톱기업들과의 격차가 큽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에선 세계 시장의 56%를 장악하고 있는 대만 TSMC의 아성을 넘보기가 어려운 지경입니다. 이 회사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 공장이 없는 세계적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들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TSMC는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라 불리는 모리스 창(장중머우) 창업자가 1987년 세운 세계 최초의 파운드리업체입니다. 

당시엔 인텔처럼 설계, 생산, 판매를 다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들이 시장 주도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중국 출신으로 반도체 설계 경쟁력이 강한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에서 근무했던 모리스 창은 일찌감치 ‘설계와 생산의 분업화’를 예상했다고 합니다. 1980년 대만 정부의 부름을 받아 국책 반도체연구소에서 일하다가 7년 뒤 TSMC를 창업했습니다. 2018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TSMC는 지난해 매출 53조원, 영업이익 22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매출 236조원, 영업이익 36조원)보다 훨씬 적습니다. 그럼에도 시가총액은 약 652조원으로 삼성전자보다 35%가량 큽니다.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업체인 인텔(약 253조원)도 압도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TSMC의 탁월한 기술력과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최근엔 팹리스뿐만 아니라 테슬라 아마존 같은 기업들까지 자체 칩 개발을 위해 TSMC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학영 고문은 칼럼에서 대만사람들이 TSMC를 어떻게 가꾸고 키웠는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만 정부가 당대 최고의 해외 과학기술자들을 귀국시켜 설립한 회사가 TSMC다. ‘대만반도체생산회사(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력을 총결집한 국민기업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2000년 선거에서 만년 야당이었던 민주진보당이 리덩후이의 국민당을 누르고 집권한 이후에도 TSMC 등 첨단 기업 지원만큼은 공통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이어받았다.” 

대만 내 TSMC의 낙수효과는 실로 눈부십니다. 파운드리와 협업을 하는 팹리스 분야에서는 미디어텍 리얼텍 노바텍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나왔고, 파운드리가 생산한 제품을 IT 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후공정’ 산업도 크게 발달했습니다. 세계 1위 후공정 업체 ASE, 4위 SPIL, 5위 파워텍 등이 모두 대만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대만 경제의 성장률은 TSMC를 중심으로 한 산업생태계와 완벽하게 동행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업을 배출하는 일은 반드시 국력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대만이 아니라 맨주먹으로 일어선 한국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첨단기업과 기술력이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정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좋은 기업은 세계적 분업구조를 갖고 있는 지구촌 경제 모두를 이롭게 합니다. 이런 기업들은 혜택을 보는 모든 나라가 지켜주려고 합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대만을 중국의 침략 위협으로부터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갈수록 확고해지고 있다”고 보도한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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