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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S·NDR 등 투자자와 활발한 소통…기아, ESG 역량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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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엑스텔 서베이' 설문에서
아시아지역 車산업군 중
'베스트 ESG프로그램' 부문 2위

중국계 기업 독식했던 구조 속
비중국계 기아의 2위는
실질적인 ESG 역량 인정 받은 셈

넷제로 위한 '플랜S 2030' 제시
전기차·맞춤형 모빌리티로 전환
42조 투자 글로벌 경쟁력 강화

NDR에선 자동차 소재의
철·플라스틱 재활용 적극 홍보
생애주기 전과정 환경영향 분석
글로벌 투자자와 열린 소통

기아는 최근 뜻밖의 낭보를 접했다. 지난 9월 투자 담당자들이 뽑은 권위 있는 설문조사 ‘엑스텔 서베이(Extel Survey)’에서 아시아 지역 자동차 산업군 중 ‘베스트 ESG 프로그램’ 부문 2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었다. 글로벌 기관 1300여 개, 투자 전문가 6300명 이상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였다.
◇중국에 유리한 구조에서 선전한 기아
엑스텔 서베이는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이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사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에서 최고 성과를 낸 기업에 투표하고 1~3위를 공개한다. 최대한 투표 모수를 확보하고, 엄격한 기준을 고수해 ‘금융업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금융 규모가 큰 중국이나 홍콩 기반 자산운용사가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그동안 중국계 기업이 전 산업군에서 1~3위를 독차지해 왔다. 비(非)중국계 기업인 기아가 ESG 부문 2위에 오른 것은 기아의 실질적인 ESG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베스트 ESG 프로그램은 세 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선정된다. 첫 번째는 기업 ESG 전략 체계와 프레임워크를 보는 ‘기업 ESG 전략’이다. 두 번째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와 정보 공개 범위·주기·방식 등을 평가하는 ‘중대성에 근거한 ESG 공시’다. 세 번째는 투자자 커뮤니케이션 및 질의 대응 등과 관련한 노력을 평가하는 ‘ESG 관여 전략’으로, 여기에는 CEO 인베스터데이, 매년 ESG만을 주제로 한 글로벌 투자자 로드쇼(NDR) 등 ESG 관련 기업설명(IR) 활동이 포함된다.

이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공개된 기아의 실행 전략이 글로벌 상위 수준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아는 명확한 ESG 전략 체계를 제시하고 있으며, 매년 정보공개 범위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도 전년보다 개선된 내용을 우선적으로 반영해 공개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특히 눈여겨본 것은 적극적인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이다. ESG 로드쇼에 임원진은 물론 이사회 일원인 사외이사가 함께 참여하는 등 보다 열린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ESG 시대, 투자자가 묻는 건 ‘소통 역량’
기아는 자체 넷제로 실행 원년을 2045년으로 삼고 2030년을 목표 시점으로 하는 ‘플랜 S 2030’ 목표를 제시했다. 플랜 S는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와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전환해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419만 대, 점유율 4.5% 달성을 추진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29년까지 42조원을 투자해 브랜드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플랜 S 전략의 요소는 지구(planet), 사람(people), 이익(profit)이다. 지구, 고객, 그리고 사람 중심 문화를 이익보다 앞세운 점이 눈에 띈다. 기아 내부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친 끝에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방향으로 최종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플랜 S를 통해 공개된 기아의 기업 전략은 ‘지속가능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Sustainable Mobility Solution Provider)다. 이에 발맞춘 ESG 추진 전략은 ‘영감을 주는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움직임’이다. 기업 전략 자체에 지속가능성이 내재돼 있고, ESG 추진 전략은 이를 더욱 구체화해 미래를 향한 실행 전략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EV3 등에 이미 재활용 플라스틱 써
기아의 ESG 전략 중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영역은 환경이다. 실제 지난해 9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비공개 기업설명회에선 유럽연합 차량 순환성 및 폐차 지침(EU ELV)에 관한 질문을 비롯해 규제 대응과 관련한 지속가능한 전략에 대한 두세 가지 질문이 쏟아졌다. ELV는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의무화를 포함해 차량 설계와 처리 등 전 과정 시스템을 순환 경제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내용을 담은 EU의 대표적 규제에 해당한다.

EU ELV 규제는 자동차산업 전반의 소재 전략과 공급망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규제로, 발효 6년 후인 2032년부터 차량 내 재활용 플라스틱 함량 25% 이상 적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향후 철강, 알루미늄 등 주요 금속 소재까지 재활용 의무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은 기아가 재활용 플라스틱 및 자동차 주요 소재의 재활용 비중 확대 요구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폐차 기반의 재활용 플라스틱 조달이 실제로 가능한지를 특히 관심 있게 질문했다.

이에 기아는 국내외 주요 플라스틱 소재사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재활용 자재 조달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미 출시된 EV3와 EV4에 재활용 플라스틱 3~4%를 적용했으며, 이를 통해 조달 체계 구축 및 품질 유지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기아는 2032년 재활용 플라스틱 25% 적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계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2027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적용 비중을 8%까지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2032년 25% 수준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에 재활용 철도 쓴다
또 2030년 이전까지 철 스크랩 재활용 확대와 전기로 기반 탄소저감 철강 적용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철강사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했으며, 내년 국내 복합 공정 철강을 우선 적용하고 2029년 북미 전기로 제철소를 통해 철강 확보를 늘리는 구체적 실행 계획도 공개했다.

이 외에 유럽의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과 미국의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처럼 ESG 관련 요구사항이 단순한 규제를 넘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면서 기아의 비즈니스에서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화두가 됐다. 또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서 공급망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등 대응 전략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기아는 자동차 생애주기 전과정평가(LCA)를 통해 원소재 채취, 부품 제작, 차량 조립, 폐기, 정비 등 제품 생애 전 주기의 환경영향을 정량 분석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단계별 개선 우선순위 설정 및 탄소저감 전략 반영이 이뤄지며, 협력사 관리 측면에서는 국내 1차 협력사 중 배출량이 높은 기업을 우선 선정해 관리하고, 향후 해외 협력사까지 관리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0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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