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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영문공시 개선…금융당국,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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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주주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공시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본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영문공시 의무가 크게 확대되면서 한국 기업공시가 국제 기준에 한층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16일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65개사를 대상으로 내년 5월부터 영문공시 2단계 제도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자산 10조 원 이상이거나 특정 외국인 지분율 요건을 충족한 111개사만 일부 항목을 영문으로 공시하면 됐으나, 앞으로는 주요경영사항 55개 전 항목과 공정공시·조회공시 등 기타공시까지 대부분의 거래소 공시가 영문으로 제공된다.

공시 시한도 빨라진다. 대형사(자산 10조 원 이상)는 국문 공시와 같은 날 영문공시를 제출해야 한다. 그 외 기업은 기존처럼 3영업일 이내 제출하도록 해 정보 시차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번역 지원과 용어집 제공 등 기업 부담을 줄이는 보완책도 병행한다. 장기적으로는 코스피 전 상장사로 영문공시를 확대하는 3단계를 2028년까지 추진하고 코스닥 시장도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도입 여부를 검토한다.

주주권 강화 조치도 눈에 띈다. 내년 3월부터는 주주총회에서 의안별 찬성·반대·기권 비율을 당일 공시해야 하며, 정기보고서에는 표결 주식 수까지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 대비 부족하다는 지적을 개선해 투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임원 보수 공시도 확대돼, 그동안 반영되지 않았던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 등 주식기준보상을 현금가액으로 환산해 개인별 보수에 포함해야 한다. 최근 3년간 총주주수익률(TSR), 영업이익 등 비교지표를 함께 공시해 보수의 적정성을 투자자가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매년 3월에 집중되는 기업 주총 일정을 분산하기 위한 유인책도 마련됐다. 당국은 주총을 4월에 개최하는 기업에 대해 공시 우수법인 선정 시 가점을 주거나 불성실공시 벌점을 완화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형식적인 ‘3월 몰림’ 구조를 완화하고 주주 참여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최치연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가장 강하게 요구해온 사항 위주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며 "공시 강화에 국한하지 않고 기업 합병·분할시 주주이익 보호, 의무공개매수제도,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도 법령개정 사항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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