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JTBC)에서는 임원 승진을 앞두고 좌천된 뒤 결국 희망퇴직으로 내몰리는 김 부장(류승룡 분)의 모습이 짠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현실적인 조건들을 찬찬히 따져보면 “최상위 스펙”이란 반응이 나온다.
작중 배경과 등장 인물들의 대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미뤄보면 김 부장은 상위권 대학 출신에 사내 라인도 비교적 든든한 대기업 통신사의 입사 25년차 부장이란 설정이다. 현실에 대입하면 성균관대와 이동통신 3사로 추정되는데 기본적으로 억대 연봉의 임원 달기 직전 고참 부장인 셈.
전세 30억원대·매매 60억원대에 달하는 강남 최고급 아파트를 보유한 후배 도 부장(이신기 분)에 비할 바는 못된다 해도, 10·15 부동산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금액 상한 규제를 받는 수준의 서울 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내(명세빈 분)의 성화 때문이라지만 집값 급등 전 타이밍에 자가를 마련해 집값도 꽤 뛰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상사 눈치 보느라 수입차를 사지 않았을 뿐, 대형 국산 세단 그랜저 풀옵션을 몰고 아직 쓸 만한 서류 가방도 수백만원짜리 해외 명품 브랜드 신제품으로 척척 바꾼다.

세상 물정 모르고 스타트업에 들어가려는 아들 또한 연세대 재학 중이며, 평생 남편 기 살려주면서 내조하던 전업주부 아내는 불투명한 노후에 대비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는가 하면 직장에서 잘린 남편을 따뜻하게 맞아주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김 부장은 짠내 나는 게 아니라 평균적인 직장인들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부러워할 만한 처지라는 것이다.
“너, 아빠가 평범해 보이지? 너 이렇게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대기업 25년차 부장으로 살아남아서 서울에 아파트 사고 애 대학까지 보낸 인생은 위대한 거야.” 극중 김 부장이 술 한 잔 하고 내뱉는 이 대사가 허세나 자화자찬처럼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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