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통령' 호칭을 빼 부른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던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의 호칭을 생략하기 시작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고리로 공세를 펴고 있는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인사들은 최근 이 대통령을 겨냥하면서 대통령 호칭을 빼고 있다. "이재명은 그 존재 자체로 대한민국의 재앙이다. 재명이 아니라 재앙"(장 대표), "대장동을 설계했다는 이재명은 노벨 경제학 수상자도 울고 갈 부정부패 승리 공식 완성"(김민수 최고위원), "이재명에 대한 탄핵 열차는 이제 종점을 향해 달려야 한다"(박정훈 의원) 등이다.
민주당 국민의힘의 호칭 생략이 '반민주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민주당은 계엄이나 탄핵 국면에서도 끝까지 대통령으로서 예우하려 했다"며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국민의 정당한 주권 행사로 선출된 대통령의 호칭을 생략하는 것은 국민께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 호칭을 생략해 벌어지는 정치권 논쟁은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내란 수괴 혐의 등을 이유로 공식 석상에서 대통령 호칭을 생략한 바 있다.
일례로 지난 3월 31일 박찬대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헌재가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지 말고 즉각 윤석열을 파면하길 바란다"고 하자,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런 식으로 가면 앞으로 범죄 피고인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이재명'이라고 불러도 아무 소리 안 하겠냐"며 "직위를 불러주는 자체가 정치의 품격"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청문회에서 "일부 야당 의원님들께서는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내란수괴', '윤석열이가', '윤석열' 이렇게 호칭을 하고 계신다"며 "야당 지도자가 범죄 피의자라고 해서 이름만 달랑 부르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호칭으로 해주시기를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정미 전 통합진보당 대표도 2013년 11월 집회에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로 지칭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그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를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검찰총장까지 잘라내는 박근혜씨가 바로 독재자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국가원수 모독", "국가지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출 줄 모르는 몰염치의 극치" 등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 호칭뿐 아니라,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호칭도 논란이었다. 2022년 방송인 김어준씨가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김건희씨'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한 시민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0월 특수공무 집행방해 등 혐의 속행 공판에서 특검팀이 김 여사에 대해 '여사' 호칭을 떼고 부르자 "아무리 그만두고 나왔다고 해도 김건희가 뭐냐"며 "뒤에 여사를 붙이든 해야 한다"고 발끈한 사실이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일 땐 '품격' 운운하면서 호칭 생략을 비판하지 않나. 자신들을 되돌아보면 될 문제"라며 "전직 대통령 호칭은 진영 논리를 흡수해 때때로 달리 쓰이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호칭을 생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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