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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는 기회"…삼성·TSMC가 빠진 자리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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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파운드리' 시장 장악하는 DB하이텍
틈새 공략해 수익성 확보 전략

삼성·TSMC, 200㎜ 웨이퍼 감축
AI 반도체용 300㎜ 생산 집중

'200㎜ 올인' DB하이텍엔 기회
구형 파운드리 수요 빨아들이고
수요 큰 차세대 전력칩 내년 생산
3분기 호실적에 주가 하루새 15%↑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200㎜(8인치) 웨이퍼를 활용해 저가 칩을 만드는 전통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비중 축소에 나섰다. 300㎜(12인치) 웨이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고부가가치 프로세서를 만드는 최첨단 파운드리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200㎜ 시장이 주력인 국내 2위 파운드리업체 DB하이텍에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DB하이텍은 삼성, TSMC의 고객을 흡수하는 동시에 내년부터 최첨단 전력반도체 등 200㎜ 웨이퍼를 활용해 제작하는 고부가가치 칩을 생산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TSMC 구형 라인 최적화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TSMC는 최근 들어 200㎜ 파운드리 사업 비중 축소를 본격화하고 있다. 200㎜ 공정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반도체산업의 주력이었다. 더 큰 웨이퍼를 투입해 더 많은 칩을 생산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300㎜에 간판 자리를 내줬다.

TSMC는 대만 신추산업단지에 있는 200㎜ 파운드리 공장인 ‘팹5’ 최적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TSMC는 장기적으로 200㎜ 라인의 30%가량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도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에 있는 200㎜ 파운드리 라인 생산능력을 계속 줄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200㎜ 생산능력을 최대치 대비 절반 정도로 줄인 데 이어 추가 감축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TSMC와 삼성 모두 200㎜ 파운드리 고객을 둔 만큼 완전 철수는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300㎜에 주력하는 대형사
삼성과 TSMC가 200㎜ 공급 능력을 줄이는 건 300㎜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AI) 서버용 GPU·중앙처리장치(CPU)와 AI 폰·PC·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자율주행칩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는 3~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 공정을 활용하는 300㎜ 파운드리에서 생산한다. 200㎜ 공정에선 TV 등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이나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구형 칩을 주로 만든다.

중국 파운드리업체의 저가 물량 공세도 200㎜ 파운드리 축소 이유로 꼽힌다. 70~180㎚ 공정을 활용하는 중국 200㎜ 파운드리 기업은 웨이퍼 한 장당 가격을 2500달러까지 낮추며 ‘저가 공세’에 나섰다. 대형 파운드리업체 입장에선 웨이퍼 한 장(3㎚ 공정 기준)당 최대 2만달러(약 3000만원)어치 칩이 나오는 300㎜ 사업에 주력하는 게 현명한 선택인 셈이다.
◇기회 잡은 DB하이텍
삼성과 TSMC의 200㎜ 사업 축소는 DB하이텍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200㎜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 DB하이텍 공장 가동률이 올라갈 뿐 아니라 제품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8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200㎜ 라인에서 주로 생산하는 전력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DB하이텍에는 호재다. 전력반도체는 전자기기에서 전력 변환과 전류 분배, 제어 등의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DB하이텍은 AI, 전기차 등 첨단산업에서 고전압·고온 환경을 견딜 수 있는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 등을 활용한 전력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내년 4분기부터 SiC·GaN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날 DB하이텍 주가는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반영해 15.73% 상승했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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