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계약’ 공시는 총 111건이다. 지난해 연간 공시 건수(49건) 대비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 7일에도 스틸드럼 및 자동차부품 전문기업 엠투엔의 최대주주인 디케이마린은 주식을 담보로 빌린 86억원 상당의 대출 계약을 연장했다. 대주주의 주담대는 주식을 매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산권만 담보로 내주는 방식이다.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피부미용 의료기기 업체 비올의 최대주주인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보유 중인 비올 주식(5671만 주, 지분율 97.08%) 대부분을 NH투자증권에 맡겨 2800억원을 끌어왔다.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지분까지 담보로 활용했다.
개인 최대주주도 주식 대출을 끌어 쓰고 있다. 지난달 31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코난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인 김영섬 대표는 지분 5.13%를 담보로 65억원을 대출받았다고 공시했다. 코난테크놀로지 주가는 올 들어 해당 공시가 나올 때까지 21% 급등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같은 주식을 담보로 더 많은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최대주주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는 소식은 해당 종목엔 악재다. 주가 하락 때 반대매매 물량이 대거 쏟아질 수 있어서다.
전자부품 제조업체 시노펙스의 대주주인 시노텍스는 2020년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보유 주식 868만4500주(9.90%) 중 659만2010주(7.51%)를 IM뱅크 등에 제공해 총 210억원을 빌렸다. 운영자금과 타 법인 주식 취득을 위해서다. 주담대 연장 공시 직전 주당 7300원이던 주가는 이날까지 57% 넘게 내렸다. 코난테크놀로지 주가도 김 대표의 담보대출 공시 이후 8.2% 하락했다.
시장에선 반대매매를 걱정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 예컨대 시노펙스 주가가 추가 하락해 반대매매가 발생하면 시노텍스의 지분율은 2.39%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 등 업황 부진을 겪은 하나머티리얼즈 최대주주도 마찬가지다. 주담대로 조달한 3468억원 규모 차입금 계약을 매년 연장하고 있는데, 반대매매가 나오면 대주주인 하나마이크론 지분율은 현재 32.5%에서 5.64%로 뚝 떨어진다.
대주주가 경영권 상실을 무릅쓰고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는 사실이 재무구조 악화를 의미한다는 지적도 있다. 통신·방송장비 제조사 다보링크 최대주주인 테라사이언스는 이달 6일 채권자의 추가 담보 요구에 따라 사실상 보유 지분 전량(849만8096주, 19.33%)을 맡겨야 했다. 반대매매가 나오면 대주주 지분율은 19.33%에서 0.12%로 쪼그라든다. 최대주주의 반대매매는 주가 하락은 물론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투자자는 보유 종목의 주식 담보 상황을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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