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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차"…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극찬' [모빌리티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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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타면 무시당한다'는 통설
판매량에서는 여전히 인기 증명



"송 과장 참...차 깨끗하게 탄다~ 소박해, 검소하고 보기 좋아!"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사다. 김낙수(류승용) 부장이 자신보다 낮은 직급의 송익현(신동원) 과장의 차를 보자 표정이 밝아지는 연기가 압권이다. 그랜저를 타는 김 부장이, 같은 팀의 정성구(정순원) 대리가 최근 뽑았다는 차가 국산보다 비싼 수입차여서 놀랐는데 송 과장의 차는 자신의 차보다 급이 낮은 경차 레이였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이 장면은 '자동차'를 대하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지만, 유추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경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경차를 비교적 낮은 급의 자동차로 인식하는, 즉 '경차를 타면 우리나라에서는 무시당한다'는 통설이다.

최근에도 이러한 사례가 있었다. 방송인 서동주 씨는 VIP 행사에 경차 레이를 몰았다가 무시당한 일화를 유튜브에서 전하며 화제를 모았다. 서 씨는 "엄청 좋은 검은 색 차들 사이에 끼었다가, 일하는 분들에게 '행사 중이니 돌려 나가달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웹툰 작가 주호민씨도 비슷한 경험을 전한 바 있다. 레이를 타다 포르쉐 911로 바꿨다는 그는 "레이를 몰 때는 잘 안 끼워줬는데 포르쉐로 깜빡이를 켜고 들어가려고 하면 양보를 많이 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차"...회장님도 극찬
이러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건 경차의 판매량이다. 사회적 인식과 다르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찾는 대중적인 차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불황이 겹치면서 중고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고 승용차 국산 실거래 대수 중 모닝의 판매량이 3만3897대를 찍으며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로 2위 쉐보레 스파크(3만424대), 4위 뉴 레이(2만5622대), 8위 레이(1만9448대) 순이었다. 10위 안에 무려 4개의 모델이 포진됐다.

수출을 책임지는 실적 효자기도 하다. 기아 모닝(피칸토)은 올해 1~9월 국내에서 해외로 9만518대가 수출됐다.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 1만1908대의 약 7.6배다. 2020년엔 이미 누적 판매 100만대를 달성했다. 경형 캐스퍼의 경우 전동화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이 유럽과 일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선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이어받아 쓰임새도 확 달라졌다. 경차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사용하도록 한 캐스퍼가 대표적인 사례다. 캐스퍼에서의 '차박'(차에서 숙박) 등이 1인 가구 등에서 유행하면서 경차를 '트렌디한 차'로 인식하게 한 대표적인 모델이다.

캐스퍼는 2021년 첫 등장과 함께, 시장에 돌풍을 일으켜 그 다음해인 2022년 경차 판매량을 13만2911대로 끌어올렸다. 레이는 사용자의 니즈에 따라 공간을 구성하게 하는 밴 모델을 추가하면서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 경상용차 역할까지 담당했다.

이러한 다재다능함 때문에 '회장님'도 경차를 칭찬하고 나섰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은 2023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레이를 극찬하며 "세 대째 사서 운행 중이다"라며 "우리나라 환경에 가장 필요한 차를 안성맞춤으로 잘 만들었다"고 했다. 박 전 회장은 2021년 11월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을 사임하면서 그룹을 떠난 뒤 반찬을 배달하는 봉사를 하고있다. 그는 "골목길이 비좁고 주차도 어려운 동네를 다녀도 걱정이 없다"며 "실내가 워낙 넓고 천정이 높아 짐이 한없이 들어간다"고 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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