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형법 일부개정안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충돌했다. 이 개정안은 특정 국가와 국민 등 특정 집단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데, 국민의힘은 "반중 시위를 이유로 감옥에 보내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혐오와 차별을 끝내야 한다"고 반박했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에 묻는다. 정말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것인가,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것인가"라며 "양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특정 국가·국민·인종을 향한 허위사실 유포와 모욕을 막자는 상식적인 법안인데, 국민의힘은 이를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했다.
문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다른 나라를 비판했다고 전과자가 되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겨누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거짓과 혐오를 퍼뜨리며 타인을 짓밟는 언어의 폭력"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지만, 그 자유는 타인의 인격을 훼손하고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방패가 될 수 없다. 혐오를 자유라 부르는 순간, 자유는 이미 그 의미를 잃는다"고 했다.
문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그동안 위기와 재난의 순간마다 특정 인종을 향한 공포를 조장하고, ‘중국인 의료·선거·부동산 쇼핑 방지법’ 같은 낙인찍기 법안을 내세워 차별과 혐오를 정치의 무기로 사용해 왔다"며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정치에서, 사회에서 반드시 끝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와 인권이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의 길"이라고 했다.

앞서 양 의원은 지난 4일 특정 국가와 국민 등 특정 집단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양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최근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특정 국가,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적 발언으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각종 혐오 표현과 욕설이 난무하는 집회·시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사례로 일부 혐중 집회만 들었다.
양 의원은 이 사례에 대해 "지난 10월 3일 있었던 개천절 혐중 집회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짱개, 북괴, 빨갱이는 대한민국에서 어서 빨리 꺼져라'라는 내용이 포함된 일명 '짱깨송'을 부르면서 각종 욕설과 비속어를 난발하고 국정자원관리원 화재에 중국인 개입, 부정선거 중국 개입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특정 국가와 특정 국민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일삼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현행법상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은 모두 피해자를 특정되는 사람에 한정해 특정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 이러한 허점을 혐중 집회 주체자나 참여자들이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에 특정 집단에 대한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이 인정되도록 집단에 대한 구성요건을 추가하고 집단의 특성상 명예훼손에서의 반의사불벌죄와 모욕에서의 친고죄 규정은 준용하지 아니하여 보다 실효적인 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개정안은 형법 제307조의2(특정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 및 제311조의2(특정 집단에 대한 모욕)를 신설하도록 한다. 제307조의2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특정 국가, 특정 국가의 국민, 특정 인종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제311조의2는 "공연히 특정 국가, 특정 국가의 국민, 특정 인종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 개정안은 명예훼손죄의 '반의사불벌' 조항과 모욕죄의 '친고' 조항은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당사자의 고소가 없이도 수사기관의 수사와 기소가 가능해지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해도 처벌된다는 뜻이다. 양 의원은 집단 대상 행위의 특성을 고려해 피해자의 이사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이 대변인은 "그런데 공산주의 국가들의 동북공정과 안보 위협, 체제위협을 비판하는 것은 '5년 이하 징역형'의 사유가 되나. 도대체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인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민들의 나라"라며 "그런데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은 '반 공산주의(CCP OUT)'를 외쳤다는 이유만으로 자국민들을 숙청하겠다고 한다. 이 정부의 친중 반미는 현실로 보인다. 우리는 이미 낙동강 방어선에 서 있고, 사즉생의 각오로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국내에서 열리는 반중 집회와 반미 집회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극명히 차이 난다는 지적이 분출하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트럼프 얼굴 (사진), 성조기 찢고 대사 쫓아내라는 말이 상식적이고 정책적인 이야기인가. 반중 집회와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민기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반미라는 소수의 집회는 정책 같은 부분에 대한 나름의 의사 표현이지만, 현재 반중 집회 내용은 인간에 대한 혐오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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