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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떠나나' 숨죽인 투자자들…출렁이는 테슬라 [선한결의 이기업 왜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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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조달러' 보상안 두고 현지시간 6일 투표
이사회 "통과 못하면 머스크가 테슬라 떠날 수도"

2035년까지 시총 8조5000억달러 달성 등 목표
투자자 일각 "머스크 없었으면 테슬라 이만큼 못 컸다"
노조 연합 등은 반대…"젠슨 황도 그만큼 안 받아"
머스크 CEO, 지지 기관투자가에 '고마워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중 가장 많이 보유한 테슬라의 주가가 6일(현지시간) 주주총회를 앞두고 출렁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대규모 주식 보상안이 주총을 통과할지를 두고 시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 영향이다. 글로벌 투자업계에서도 표결 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최대 ‘1447조원짜리 보상안’ 6일 투표
미국 나스닥에서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4일까지 2주간 1.21% 올랐다. 이 기간 누적 변동폭은 크지 않지만, 저점과 고점차가 8% 정도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머스크 CEO의 보상안 통과 가능성이 달라질 때마다 주가가 흔들리는 분위기다.

테슬라는 6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 9월3일 테슬라 이사회가 제출한 머스크 CEO 주식 보상안을 의결하는 자리다.

보상안 내용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10년 뒤인 2035년까지 12개 주요 경영 목표에 대해 기준을 잡고, 각 기준을 단계별로 달성할 때마다 주식 기반 보상을 준다. 머스크 CEO가 목표를 전부 달성할 경우 의결권이 있는 테슬라 신규 주식이나 스톡옵션을 최대 4억2370만주만큼 받게 된다.

월가는 보상안 총 규모가 1조달러(약 1447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조3900억달러 수준인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최종 목표치인 8조5000억달러를 넘겼을 때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이다. 지난 9월 테슬라 이사회가 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테슬라 주식을 4억1336만2808주를 신탁을 통해 실제 보유하고 있고, 60일 이내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약 3억주 보유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기준으로 본 지분율은 약 19%다.

테슬라 이사회는 10년 내 △테슬라 시가총액 8조5000억달러 도달 △누적 기준 차량 2000만대 인도 △자율주행 로보택시 100만대 상용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100만대 생산 △후임 CEO 승계 체계 마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구독 1000만건 돌파 등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만일 머스크 CEO가 최종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일정치마다 보상을 지급한다. 테슬라가 시가총액 2조달러를 넘기면 일부 보상이 나오는 식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 CEO가 모든 기준을 충족할 경우 테슬라 지분을 발행주 기준 약 15.8%에서 29%까지 늘릴 수 있다.


테슬라 이사회는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성명을 통해 이 보상안이 주총에서 부결될 경우엔 머스크 CEO의 경영 참여가 줄어들거나 아예 물러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과도한 대가’ vs ‘대안이 없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를 두고 둘로 나뉜 분위기다. 지난 4일엔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테슬라 주요 투자기관이 보상안 안건에 대해 의견을 직접 표명한 첫 사례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머스크 CEO가 창출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만, 보상 규모와 주주가치 희석 등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 펀드는 테슬라 지분 1.16%를 보유해 테슬라 6대 주주 중 하나다. 이 발표가 나온 날 테슬라 주가는 5% 하락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각각 보상 규모가 과도하다며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에게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CEO 한 명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잡는 게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ISS는 "보상이 천문학적 규모인데다가 보상 체계 설계 방식도 우려된다"고 했다.

보상안 통과가 다른 기업에 줄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댄 코츠워스 AJ벨 시장총괄은 "이번 보상안은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기업 이사회들이 CEO 보너스 액수에 '0'이나 '00'을 추가해 늘려도 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머스크 개인의 가치가 그정도나 되나"라고 덧붙였다.

반면 찬성 의견도 만만찮다. 테슬라 주식 0.4%를 보유한 바론캐피탈의 론 바론 CEO는 “테슬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결국 일론 머스크”라며 “다른 사람이 CEO가 되면 그만큼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머스크 CEO가 테슬라를 떠나버릴 경우 다른 기업을 창업해 테슬라와 경쟁할 수도 있다고 에둘러 언급하기도 했다.

테슬라 낙관론자로 유명한 대니얼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은 "기술 경쟁이 치열해 전쟁 같은 시기엔 일론 머스크가 CEO 적임자”라며 “일부 반대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찬성표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창립자 겸 CEO는 "기관투자가가 의결권 자문사 의견에 의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만일 기관이 자문사 의견에 따르더라도 표결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보상안은 결국 상당한 지지 속에 통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조 연합 등은 반대 캠페인…소액주주 찬성운동도
머스크 CEO에 대한 역대급 보상안 표결을 두고 시장감시단체와 노조, 소액주주 등도 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내 노조 단체 일부와 몇몇 시장감시단체가 모인 '테슬라 되찾기' 연합은 "테슬라 시총이 8조5000억달러를 넘긴다면 현재 세계 시총 1위인 엔비디아 시총의 약 두 배가 안되는 셈"이라며 "그렇다면 목표치를 달성하더라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 대한 보상의 두 배 정도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머스크 CEO만큼의 보상을 받으려면 대략 2000년이 걸릴 정도로 이번 보상안이 과도하다"고 했다.

반면 머스크 CEO를 지지하는 소액주주들은 X(옛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소액주주 투표 운동을 벌이고 있다. 머스크 CEO가 거액의 보상을 받기 위해 사업을 성공시키고 주가를 끌어올린다면 결국 주주들에게도 이익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머스크 CEO도 온라인에서 '자기 어필'에 열심인 분위기다. 그는 4일 론 바론 바론 캐피탈 CEO의 보상안 지지 성명을 자신의 X 계정에 재게시하고, "고마워요, 론♡"이라는 글을 남겼다. 마이클 델 델테크놀로지 CEO가 보상안을 지지하는 글을 재게시하기도 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글로벌 투자사 찰스 슈왑이 보상안 반대 투표를 권고한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와 긴밀하다고 주장하며 찰스슈왑의 상장지수펀드(ETF) '불매 운동'도 벌이고 있다. 머스크 CEO는 "찰스슈왑 계좌에서 돈을 빼겠다"라는 X 게시물을 자신의 계정에 재게시하기도 했다.
월가선 “부결시 매도세 속출 가능성” 우려
월가는 보상안 통과 여부가 테슬라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 CEO가 세계에서 주요 혁신가로 꼽히는 만큼, 만일 보상안이 부결돼 머스크 CEO가 거취를 달리 할 경우 테슬라의 성장 전망도 뒤바뀔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애덤 조나스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시장은 안건 통과 가능성을 더 높이 보는 분위기지만, 투표에서 부결이 될 가능성도 분명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온다면 테슬라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 전망이 퍼지면서 즉각 매도세가 속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페데리코 메렌디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원은 “이번 테슬라 주총 표결은 그 자체가 상당한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상안이 부결될 경우엔 머스크가 테슬라 CEO를 사임하거나, 자리에 남더라도 우주 기업 스페이스X, 인공지능(AI) 기업 xAI 등 자신이 이끄는 다른 사업에만 노력을 집중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테슬라 투자심리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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