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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간다는데…퇴직연금 계좌 열어봤다가 '화들짝' [일확연금 노후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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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자 퇴직연금은 아직 美·中 ETF가 '대세'


국내 증시가 뜨겁습니다. 코스피 지수 3500을 넘었다고 놀라워한 게 엊그제 같은데 4000을 넘어 4200에 도달했고, 이젠 4500, 5000선을 노리고 있습니다. 상징적 문구였던 '코스피 5000 시대'도 이제 꿈은 아닙니다. 5000을 넘어 6000도 가능하다는 JP모간의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언제까지나 유지될 수 있을까하는 물음에는 멈칫하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 코스피 지수 상승은 근본 체질 개선 요인도 있긴 하지만, '반도체 랠리'와 '유동성'에 기인한 부분도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증시 투자금 중 가장 장기적 자금에 속하는 퇴직연금 계좌의 흐름은 어떨까요. 미래에셋증권의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의 순매수 상위 20위 상장지수펀드(ETF)를 올해 분기별로 살펴봤습니다.

국내 증시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전인 1분기엔 상위 20위 안에 국내주식형은 딱 1개 있었습니다(이 기간 동안 코스피 지수는 3.4% 올랐습니다). TIGER 조선TOP3(118억원)로 18위를 기록했네요.

1위는 TIGER 미국S&P500(969억원)이었고, 2위는 TIGER 미국나스닥100(523억원), 3위는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502억원)였습니다.

20위권 안에 미국 투자 ETF가 14개, 파킹형이 2개, 금 1개, 중국 1개, 자산배분형 타깃데이트펀드(TDF) 1개, 국내주식형 1개가 들어있었네요.

코스피 지수가 23.8% 오른 2분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순매수 상위 20위 안에 국내투자형이 10개나 있었네요. 3위에 오른 TIGER 200(223억원), 6위 PLUS 고배당주(178억원), 9위 KODEX 증권(165억원) 등입니다. 1위와 2위는 여전히 TIGER 미국S&P500(590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329억원)이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 수익률이 다소 낮아진(11.49%) 3분기엔 다시 양상이 바뀌었습니다. 상위 20위 안 국내주식형 ETF는 3개에 그쳤습니다. 순위도 10위 TIGER 200(175억원), 15위 TIGER 조선TOP10(145억원), 17위 KODEX 200(134억원) 등으로 낮아졌습니다.

반면 해외투자형은 20개 중 14개로 비중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중국 주식형 ETF도 3개로 국내주식형과 같아졌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다시 달리기 시작한 4분기는 어떨지 아직은 모릅니다. 하지만 장기 투자금인 퇴직연금 계좌의 국내주식형 투자가 이처럼 들쭉날쭉 하다는 건 아직 '국장 투자'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크지 못하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수익률이 클 때 국내주식형의 비중이 높아지긴 했지만, 조금만 낮아져도 미국 투자비중이 다시 급격히 커집니다. 국내주식형은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단타' 성격 투자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미국주식처럼 투자자 신뢰를 키우기 위해선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을 조정해 최고세율을 낮추고,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등의 근본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야 기업 이익이 늘고, 그 재원으로 배당을 많이 하는 선순환이 정착돼 장기투자를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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