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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혼자 최적의 '원단' 뽑아낸다…한세 '베트남' 염색 공장 가 보니 [원종환의 中企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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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동나이성 한세실업 C&T 공장 르포
편직, 방적, 염색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체계 갖춰
과테말라에 '집적단지' DNA 이식



지난달 30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동나이성의 한세실업 C&T(칼라앤터치) 제2공장. 길게 늘인 흰색 천이 수증기를 내뿜는 커다란 기계를 통과하자 꽃무늬 원단으로 변신했다. 한세실업은 지난해 12월 제3공장을 추가해 현지에서 하루에 티셔츠 약 15만㎏의 원단(티셔츠 45만장)을 만들 수 있는 생산능력(CAPA)을 확보했다.

글로벌 의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회사인 한세실업 전체 생산물량의 62%는 베트남에서 나온다. 2013년 한세실업이 인수한 C&T 공장은 옷을 만드는 재료인 원단에 주력하는 일종의 ‘전초 기지’다.

750명이 근무하는 이곳은 차로 10분 거리 내외에 편직과 방적, 염색 등의 공정을 아우르는 생산 설비가 밀집해 있다. 수직계열화로 생산 효율을 높여 호찌민 인근의 봉제 생산법인 세 곳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GAP, 칼하트 등에서 인증
170대의 편직기가 빼곡히 놓인 조인트벤처(JV) 편직 공장에선 하루 약 13만㎏의 천을 제조한다. 뽑아낸 하얀 천은 인근의 염색 공장으로 옮겨진 뒤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형형색색의 원단으로 탈바꿈한다.



이때 현지에 있는 연구개발(R&D)센터에서 120가지의 염료를 조합해 컴퓨터 모니터에 구현한 옷감의 색을 똑같이 만들어 낸다. 갭(GAP)이나 월마트, 칼하트 등 주요 글로벌 의류업체의 인증을 받아 자체적으로 옷감의 내구성과 수분 흡수력, 보풀 발생 정도를 검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공정에 자동화 설비도 일부 도입하고 있다. 성인 남성에 버금가는 로봇 팔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내려오는 원단을 적재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사람 대신 800만 화소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원단의 품질을 검수하는 방식도 적용하고 있다. 박문희 C&T 매니저는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제품 불량을 탐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치소비 확산 등으로 ‘친환경 패션’이 업계 화두로 떠오르는 데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설비도 도입했다. 제3공장에 들인 새 염색기는 기존보다 물과 전기를 20% 덜 사용한다. 산성도(pH) 센서가 부착돼 있어 각기 다른 재활용 용수를 사용해도 균일한 품질로 원단의 색감을 구현한다.

왕겨, 목탄 등의 바이오매스로 공장을 구동해 2027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완공된 지 10년이 지난 기존의 1·2공장도 이 같은 친환경 설비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현지에서 바이오매스를 100% 활용해 원단을 만드는 섬유 업체는 C&T가 유일하다.

김태훈 C&T VINA 법인장은 "미생물을 활용해 오염수를 정화하는 친환경 시설도 공정에 도입하고 있다"며 "친환경을 중시하는 글로벌 고객사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일본으로 고객사 다변화
견고한 생산 체계를 토대로 글로벌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개에 그쳤던 고객사는 올해 17개로 뛰었다. 미국 중심에서 벗어나 유럽, 일본 고객사를 확보해 사업군을 다변화하고 있다.

C&T는 올해 2139억원의 매출과 11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2027년에 이르러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450억원, 242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C&T는 베트남 공장에 구축한 수직계열화를 내년 3분기 가동하는 과테말라 생산 기지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50만㎥(약 15만평) 부지에 편직부터 봉제를 총망라한 집적 단지를 세우겠다는 게 목표다. 지난해 한세실업이 인수한 미국 섬유 제조사 ‘텍솔로니’의 화학섬유(화섬) 기술을 적용해 요가복, 운동복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주력 생산할 예정이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C&T의 가파른 성장이 매출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과테말라 C&T 공장을 가동하면 성과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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