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로열콘세르트헤바우와 협연할 곡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은 단 두 곡뿐이다. 협주곡 2번은 브람스가 나이 마흔여덟에, 1번은 그가 혈기왕성하던 스물다섯에 낸 곡이다. 게르스타인이 1번을 놓고 “브람스의 청년 시절 천재성이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정의한 배경이다. “이 작품엔 장엄함과 슬픔이 섞여 있는 야수성과 브람스의 내적 투쟁이 공존해요. 연주자의 한계를 밀어붙이듯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곡이죠.”
브람스의 비범함과 야성미를 응집된 소리로 풀어내기 위해선 악단과 피아니스트의 팀워크가 절대적이다. 게르스타인과 로열콘세르트헤바우는 이미 수차례 협연한 적이 있어 서로를 잘 안다. 그는 로열콘세르트헤바우에 대해 “단원들의 음악성과 기량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며 “단원 각자의 개성이 소리로 섞일 땐 단번에 두드러지는 이 악단만의 독특한 음색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이 음색을 들을 때면 악단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아요. 아름다운 공연장인 콘세르트헤바우의 고결하고 깊이 있는 울림마저 그대로 들고 다니는 듯합니다.”
게르스타인은 악보에 집착하지 않는다. 적어도 음악이 악보에서 시작되는 건 아니라고 여긴다. 즉흥 연주가 중요한 재즈를 배우며 얻은 깨달음이다. “악보는 단지 음악이란 세계의 일부일 뿐이에요. 즉흥성, 순간적인 표현, 화성적인 모험심은 재즈의 핵심인데요, 브람스 같은 작곡가들에게도 이런 요소가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을 겁니다.”
실황 연주는 게르스타인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는 2019년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를 시대의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2025년에도 그는 나름의 견해를 드러냈다. “요즘엔 ‘진실과 현실감에 대한 공격’이 거대한 사회적 문제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음악과 라이브 공연은 현실감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몸을 쓰며 장인처럼 예술적인 뭔가를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니까요.”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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