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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켈레는 열정을 주변에 전파하는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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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키릴 게르스타인

5일 예술의전당서 RCO와 협연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
"에너지 폭발시키는 야수성 담겨"

올 11월은 클래식 음악 팬들이 그 어느 때보다 설렐 달이다. 네덜란드의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 3대 악단이 일제히 한국을 찾아서다. 그 서막은 오는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로열콘세르트헤바우가 연다. 함께 무대에 오를 협연자는 러시아 태생 미국 피아니스트인 키릴 게르스타인. 이날 공연의 관람 포인트가 무엇인지 게르스타인에게 아르떼가 직접 물었다.
◇“메켈레 지휘하면 연주자 편안해”
게르스타인은 오늘날 레퍼토리 넓이와 유연성을 논할 때면 첫손에 꼽히는 1979년생 피아니스트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액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 앨범을 냈다. 10대 시절부터 재즈를 배워 장르를 넘나드는 역량도 탁월하다. 현대 작곡가인 토머스 아데스가 쓴 피아노 협주곡을 보스턴 심포니와 세계 최초로 녹음해 2020년 그라모폰상도 받았다. 고전과 낭만, 현대를 이어 줄 수 있는 음악가만이 가능한 이력이다.

그가 로열콘세르트헤바우와 협연할 곡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은 단 두 곡뿐이다. 협주곡 2번은 브람스가 나이 마흔여덟에, 1번은 그가 혈기왕성하던 스물다섯에 낸 곡이다. 게르스타인이 1번을 놓고 “브람스의 청년 시절 천재성이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정의한 배경이다. “이 작품엔 장엄함과 슬픔이 섞여 있는 야수성과 브람스의 내적 투쟁이 공존해요. 연주자의 한계를 밀어붙이듯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곡이죠.”

브람스의 비범함과 야성미를 응집된 소리로 풀어내기 위해선 악단과 피아니스트의 팀워크가 절대적이다. 게르스타인과 로열콘세르트헤바우는 이미 수차례 협연한 적이 있어 서로를 잘 안다. 그는 로열콘세르트헤바우에 대해 “단원들의 음악성과 기량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며 “단원 각자의 개성이 소리로 섞일 땐 단번에 두드러지는 이 악단만의 독특한 음색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이 음색을 들을 때면 악단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아요. 아름다운 공연장인 콘세르트헤바우의 고결하고 깊이 있는 울림마저 그대로 들고 다니는 듯합니다.”
◇“라이브 공연으로 현실감 되찾길”
게르스타인은 이번 공연을 지휘할 클라우스 메켈레와도 자주 합을 맞췄다. 2019년 오슬로 필하모닉에서 처음 협연했고, 파리 오케스트라에서도 호흡을 나눴다. 그가 무대에서 바라본 메켈레는 어떤 리더일까. “클라우스는 작품에서 얻는 열정을 고스란히 주변에 전합니다. 탁월한 기량과 음악적 호기심, 통찰력을 겸비한 지휘자예요. 이렇게 훌륭한 지휘자 앞에선 연주자들도 안정감을 느껴요. 이 안정감은 곧 공연에서 반응하고 교류하는 모두에게 영감을 주죠.”

게르스타인은 악보에 집착하지 않는다. 적어도 음악이 악보에서 시작되는 건 아니라고 여긴다. 즉흥 연주가 중요한 재즈를 배우며 얻은 깨달음이다. “악보는 단지 음악이란 세계의 일부일 뿐이에요. 즉흥성, 순간적인 표현, 화성적인 모험심은 재즈의 핵심인데요, 브람스 같은 작곡가들에게도 이런 요소가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을 겁니다.”

실황 연주는 게르스타인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는 2019년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를 시대의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2025년에도 그는 나름의 견해를 드러냈다. “요즘엔 ‘진실과 현실감에 대한 공격’이 거대한 사회적 문제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음악과 라이브 공연은 현실감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몸을 쓰며 장인처럼 예술적인 뭔가를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니까요.”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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