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패션의 대표주자’ 마뗑킴의 중국 본토 진출을 앞두고 국내 패션 기업들이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하고하우스가 2021년 인수한 마뗑킴은 일본과 홍콩, 대만, 마카오 등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K패션 선두 브랜드다. 최근 국내외 패션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른 마뗑킴을 잡기 위해 중국 현지 기업들도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마뗑킴은 대명화학그룹 계열 패션 유통업체 하고하우스가 2021년 인수한 브랜드다. 인수 직전 매출이 500억원대였지만, 지난해엔 1288억원으로 2년 새 두 배 이상 ‘폭풍 성장’했다. 시크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국내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코치 등 글로벌 브랜드와도 협업하고, 패션업계에서 유일하게 경북 경주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협찬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마뗑킴의 중국 독점 유통·판매권 확보는 각 사 사업 전략, 상장 시계와 긴밀히 얽혀 있다. 매출 4조원대의 패션그룹 미스토홀딩스가 대표적이다. 미스토홀딩스는 대만 홍콩 마카오 등에서 이미 마뗑킴 유통을 맡고 있는데, 중국 본토 유통권까지 노리고 있다.
최근 핵심 브랜드인 휠라가 부진하자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 골프 부문 매출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미스토홀딩스 매출 2조4652억원의 82.5%(2조331억원)는 골프사업 자회사 아쿠쉬네트 부문이었다. 패션 부문 실적 부활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스토홀딩스는 이를 위해 인기 K패션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와 ‘마르디 메크르디’ 등의 중화권 독점 유통권도 따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무신사는 마뗑킴이 절실하다. 자체 책정한 기업가치 10조원을 인정받으려면 내수를 벗어나 해외 성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일단 자체브랜드(PB)인 무신사스탠다드를 중심으로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지만, 물밑에선 마뗑킴 입점 추진 등 준비에 나섰다. 무신사는 일본 마뗑킴 총판을 맡고 있는 점을 앞세워 어필하고 있다. 이 밖에 중국 안타그룹과 JV를 운영 중인 코오롱FnC도 마뗑킴 중국 유통권을 따내기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뿐 아니다. 중화권 내 마뗑킴 인기에 중국 현지 수입·유통사들도 마뗑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하고하우스는 해외 진출 시 한국 기업들과 협력하는 전략을 고수해왔는데, 중국 업체들이 어떤 조건을 내놓는지에 따라 진출 전략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