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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빅딜' 없다?…'스몰딜' 가능성 높은 이유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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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이 '빅딜'이 아니라 '스몰딜'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트럼프 대통령이나 중국 측의 메시지가 냉온탕을 오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노딜' 우려도 있었습니다만, 그런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식용유 수입을 중단하거나, 다른 무역 조치들을 쓸 수도 있다고 해서 시장을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살펴보면 양측 간의 움직임은 결국 판을 깨자는 것이 아니고, 정상회담을 가정한 가운데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또 일부 메시지는 상대방을 겨냥한 게 아니라 국내 정치용으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어제 식용유 같은 이야기는 미국이 최근에 중국에서 폐식용유를 많이 수입하는데, 이것이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이오디젤용 식용유 수입이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미국 내에서 대두 수요가 감소할 수 있어서 대두농가들이 이것에 대해 그동안 반대해 왔습니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을 향한 메시지라기보다는 미국 내 대두 농가를 지켜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로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이고요.

트럼프 대통령의 본심은 중국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는 발언에 더 많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어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도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일정 속에 여전히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시간이 할애되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는데요. 미중 양국이 매일 고위급 협상을 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양측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당히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정상회담에서 미중 무역분쟁을 결정지을 큰 딜이 나올 가능성이 있을지가 관심인데요. 대체로 빅딜보다는 스몰딜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 워싱턴 내 분위기입니다. 오늘 국제금융협회(IIF) 연례회의가 워싱턴에서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미중 간에 구조적인 갈등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중심적인 접근법으로는 이런 갈등을 본질적으로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군사적으로 충돌할 위험이라든가, 기술 패권 경쟁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식으로 적당히 주고 받는 거래로 끝날 수 없는 본질적인 체제 경쟁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만남에서는 틱톡 문제와 같은 제한적인 합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달 초 워싱턴 싱크탱크인 CSIS에서도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는데요. 현재 트럼프 정부 내에서 중국과 경제 문제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고 안보와 같이 여러 분야의 교류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서 큰 거래를 예상하기 힘들다는 결론이었는데요. 큰 거래가 이루어지려면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가는 정도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흥미롭게 들렸습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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