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 정치의 틀을 깨는 젊은 정치인들의 이색적인 소통 시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평균 연령 56.3세로 '역대 최고령 국회'라는 꼬리표가 붙은 22대 국회에서, 젊은 여야 의원들이 청년 세대와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일상과 여가 활동으로 접점을 넓히는 모습이다.
1991년생인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25일 페이스북에 "화성정(지역구) 배그(배틀그라운드) 단원을 모집합니다"라는 파격적인 공지문을 써 붙였다. 통상적인 현안 논평이나 의정 활동 홍보가 아닌 '함께 게임을 하자'는 현직 국회의원의 제안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 의원실에 따르면 '배그 단원 모집'은 평소 게임을 즐겨하는 전 의원의 제안으로 기획됐다고 한다. 지지자들은 전 의원의 글에 "청년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접근 방법", "참신하다"라며 호평했다.
전 의원은 한경닷컴에 "게임은 이미 우리 삶의 일부이자 대표적인 여가 활동"이라며 "정치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흥미와 즐거움을 통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일상 정치가 중요하다. 일상 정치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계속해 만들겠다"고 밝혔다.

환경 전문가인 1990년대생인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지역구 청년들과 트렌드인 '플로깅(plogging)'에 나섰다. 플로깅은 줍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 우프(plocka upp)와 영단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달리기와 쓰레기 줍기를 병행해 건강과 환경을 함께 지킬 수 있는 활동이다.
김용태 의원은 지난 9월 21일 당 포천·가평 청년위원회와 주요 당직자 30여 명과 함께 한탄강 일대를 돌며 당원 교육을 겸한 플로깅 행사를 진행했다. 그는 "앞으로 한탄강, 산정호수, 자라섬 등 포천·가평의 주요 관광지를 무대로 환경보호 활동을 이어가며, 청년들과 함께 지역의 아름다움을 전국적으로 널리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국회 입성 전 '헬스부 장관'으로도 불리던 1987년생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구 청년들과 함께하는 '러닝·헬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재섭 의원은 3대 중량 운동(벤치프레스·스쿼트·데드리프트)의 합이 530㎏에 달하는 유명한 헬스 고수다. 도봉구민인 20대 남성 양모씨는 "의원님한테 웨이트 트레이닝 자세 교정도 받아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번 추석 기간 PC방에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여는 1985년생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주목받았다. 이 대표는 "정치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청년층과의 접점을 모색했다. 당초 이 행사는 이 대표와 김재섭 의원,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참여하는 여야 정치 화합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모 의원의 갑작스러운 불참 선언으로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됐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하지만 문 의원은 '인방'(인터넷 방송)이라는 신선한 방식의 월간의정보고를 채택하고 있다. 유튜브 생방송에서 재치 있는 제스처를 가미한 주민들과의 실시간 질의응답은 마치 아프리카TV(현 SOOP) 인기 BJ를 연상시킬 정도라는 평가다. 문 의원은 "요즘은 어르신들도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시다 보니 '신선하다'는 분들이 많다"며 "친환경적이다 보니 반응이 꽤 괜찮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