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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에 '태양광 패널' 빽빽…귀성길에 매번 거슬렸는데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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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은 낮 시간대에만 전기를 생산한다. 해가 지면 발전량은 0으로 뚝 떨어진다. 이처럼 발전량을 임의로 늘리거나 줄이기 어려운 탓에 '경직성 전원'이라 불리고, 연간 실제 설비 가동률은 16~18%로 매우 낮은 편이다.

태양빛을 전기로 바꾸는 비율(발전효율)도 14~24%에 불과하다.(원전의 발전효율은 39%, 설비 이용률은 80%) 이런 한계들로 인해 태양광은 패널을 더 깔아야 많은 양의 전기를 뽑아낼 수 있는데, 한국처럼 좁은 국토에선 설치 면적에도 한계가 있다.
"탠덤 전지, 산 덜 깎고 덜 깔아도 돼"
그 결과 산등성이에서 풀과 나무를 베어내 경사면을 고르게 다듬고, 짙은 남색 패널을 빽빽이 설치한 '민둥산' 풍경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태양광의 선천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현장과 중앙정부의 해법이 동시에 가동되고 있다. 현장 단지에서는 주민참여형, 교차 송전 같은 실증적 모델이 등장했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차세대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5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태양광 연구개발(R&D) 기획단'을 출범시키며 글로벌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초고효율 탠덤 기술 확보와 조기 상용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는 기존 태양광 기술의 한계를 넘어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차세대 시장 주도권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이다.

이번 사업 추진의 배경에는 이호현 기후부 2차관이 과거 연구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 차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주력인 실리콘 태양전지는 '쇼클리-퀴서 한계'로 불리는 29%의 발전효율 이론적 한계치에 거의 도달했다. (쇼클리-퀴서 한계란 단일 접합 태양전지의 이론상 최대 효율 한계)

그는 "좁은 국토 면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발전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설치 면적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이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공급망을 장악한 기존 실리콘 태양광 시장에서는 더 이상 경쟁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실리콘 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셀을 쌓는 '탠덤 태양전지'다.
임하댐 위에 뜬 무궁화 태양광 패널
이 방식은 페로브스카이트가 짧은 파장의 빛을, 실리콘이 긴 파장의 빛을 각각 흡수해 단일 셀의 효율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탠덤 셀의 이론상 최대 발전효율은 44%에 달해 기존 태양광 시장의 판도를 바꿀 퀀텀 점프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 차관은 "한국은 페로브스카이트 기초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보유하고 있어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했다.

기후부는 이 차관이 보고서에서 제안했던 '기가와트(GW)급 상용화 프로젝트' 구상을 구체화해 이번 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2~3년 내 탠덤셀 조기 상용화를 목표로 대규모 실증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탠덤 전지 효율 30%, 모듈 효율 28% 달성을 목표로 대면적 모듈 개발 등 핵심 기술 확보에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 정부 R&D 예산안에서 태양광 분야 예산을 전년 대비 47% 증액한 693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 현장에서는 태양광 발전의 약점을 보완하는 실증 모델이 나왔다. 수자원공사는 지난달 25일 경북 안동 임하다목적댐공원에서 47메가와트(MW) 규모 임하댐 수상태양광 준공식을 열었다. 낮에는 수상 태양광을, 해가 진 뒤 밤에는 수력발전을 돌려 만든 전기를 교대로 송전하는 '교차 송전' 방식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임하댐은 국내 1호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라며 "교차 송전 방식을 통해 전국적인 전력 계통망 부족에도 불구하고 신규 송전선로 접속 시기보다 5년이나 앞당겨 발전을 개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안동시 2만여 가구가 5년간 사용할 308 기가와트시(GWh) 전기를 조기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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