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 만한 전시]하나의 조각이자 시공간을 유영하는 실험의 무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아트선재센터는 1995년 미술관 옛 터에서 처음 열린 전시 <싹>의 30주년을 맞아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아르헨티나-페루 작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의 첫 한국 개인전으로, 미술관 건물을 하나의 조각적 생태계로 전환하는 대규모 장소·환경 특정적 프로젝트다. 비야르 로하스는 인류가 직면한 현재와 미래의 위기 속에서 다양한 생명체와 그들이 맺는 복잡한 관계를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미술관을 보존의 공간이 아닌, 비인간과 포스트 휴먼, 합성 존재들에 의해 분해와 변이, 계승이 일어나는 야생적이고 불안정하며, 관객의 시선을 전제하지 않는 지형으로 바라본다. 전시는 비야르 로하스가 2022년부터 이어온 연작 〈상상의 종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알 수 없는 먼 미래의 유적지에서 발굴한 듯한 기괴하고 혼종적인 조각들은 낯설고 서늘한 기운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전관이 마치 하나의 살아 있는 생태계로 변모한 아트선재센터는 붕괴와 진화, 재생의 순환 속에 놓인 세계로 관객을 초대하며, 이곳에서 촉발된 미지의 감각과 사유를 통해 우리가 현실로 받아들이는 세계의 구조를 낯선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기간 | 2026년 2월 1일까지
주소 |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7
'쌓다’와 ‘허물다’라는 상반된 조형적 행위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는 한국 추상 조각의 전개에 있어 주목할 만한 발자취를 남겼으나 불의의 사고로 45세에 타계한 조각가 전국광을 조명하는 첫 국·공립미술관 개인전이다. 조각의 본질인 매스를 탐구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뛰어넘고자 노력한 전국광 작가의 독창적 작품 세계를 통해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의 열정과 자유의지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는 전국광의 조각 작업을 ‘쌓다’와 ‘허물다’라는 상반된 조형적 행위에 집중해 전시를 구성함으로써 그의 ‘적(積) 시리즈’와 ‘매스의 내면’ 시리즈에 해당하는 석조각, 목조각, 금속조각, 드로잉, 마케트 등 작품 10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인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는 전국광의 작업노트에서 빌려 왔다. 작가 자신이 주변에 ‘쌓는(작업을 하는) 친구’로 소개된 데에서, 그리고 이후에는 ‘허무는(작업을 하는) 친구’로 불리더라도 지금처럼 허묾의 표현 방식에 심취하겠다라고 다짐한 문장에서 비롯한다. 전시는 ‘쌓다’라는 키워드에 해당하는 그의 대표작 <적> 시리즈와 ‘허물다’라는 키워드에 해당하는 <매스의 내면> 시리즈를 알리는 데 집중해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기간 | 2026년 2월 22일까지
주소 |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빛의 숨결 <빛의 추상>갤러리 508에서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 박신영의 개인전 <빛의 추상(The Abstraction of Light>을 개최한다. 10년이 넘게 해 온 작업들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 전시는, 긴 침묵 끝에 길어 올린 깊이와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1990년대 초부터 조각, LED, 설치 작업을 통해 ‘빛’을 주제로 국내외에서 작품 활동을 펼쳐 온 박신영은 이번 전시를 통해 1993년작 <빛을 부여한 조각>에서 출발해 평면과 설치작업으로 확장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에서 드러나는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빛은 우리의 시야 속에서 분명하고도 존재감 있게 다가온다. 모호하지만 빛에 양감을 부여한 듯한 이 빛들은 색의 덩어리로 호흡한다. 탐미하듯 빛의 숨결들이 눈의 움직임 속에서 진동하고, 우리의 시지각을 뒤흔든다. 밀도 있는 색과 흐린 농도의 색들이 환영 속에서 부유한다. 영혼의 빛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나온 빛들은 심연으로부터 출발해 박신영의 추상적 빛은 꿈을 꾸고 있는 대기와 같다. 작가가 존재함의 이유를 예술에서 찾는 것과 같은 정신적 맥락이다. 매혹적 빛의 색감과 비물질적 감각을 담아낸 작품들은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기간 2025년 11월 21일까지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67길 14
호텔에서 즐기는 아름다운 제주 풍경 <풀의 춤>그랜드 조선 제주가 두 번째 아트 프로젝트 <풀의 춤(Breathing Leaves)> 허보리 작가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그랜드 조선 제주와 아트 큐레이션 플랫폼 ‘갤러리 리마(LIMAA)’가 협업한 두 번째 아트 프로젝트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허보리 작가의 작품 17점을 통해 깊이 있는 회화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허보리는 깊은 숲과 잔잔한 바다 표면처럼 고요해 보이지만, 그 안에 꿈틀대는 생명력과 인간 내면의 다채로운 욕망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적인 면으로 다가오지만 가까이 다가설수록 거칠게 쌓인 붓 터치들이 겹겹이 쌓여 다층적인 삶의 형상과 이야기를 드러낸다. 특히, 대표작 <Painter’s Cut>은 63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맨드라미 무리를 표현한 작품으로 힐 스위트 전시 공간에서 통합된 형태로 전시해 현대 미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기간 | 2026년 2월 28일까지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72번길 60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