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자 골프의 신데렐라 계보를 이을 또 한 명의 샛별이 탄생했다. 드림투어를 통해 올해 프로 무대에 발을 내디딘 김민솔이 KLPGA투어 시즌 최대 총상금(15억원) 대회에서 우승했다. 올해 드림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민솔이 추천 선수로 출전한 KLPGA투어에서 생애 첫 승을 차지하면서 오는 9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부터 ‘풀시드 자격’으로 정규투어 무대를 누빌 수 있게 됐다. 앞서 삼다수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고지우는 조건부 시드권자로 출전해 2년 풀시드를 얻었다.

김민솔은 이번 우승으로 상금 2억7000만원과 함께 KLPGA투어 1년 풀시드권을 받았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11m 이글퍼트로 대회에서 또 하나의 명장면을 만들어낸 김민솔은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1라운드에서 10언더파로 코스레코드를 세우며 대회를 시작한 김민솔은 2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쳐 대회 36홀 최소타 기록을 세웠다. 이어 3라운드 결과로 54홀 최소타 타이, 최종 라운드에서 3타를 더 줄이며 대회 최소타 기록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우승 경쟁은 김민솔, 노승희, 이다연의 3파전으로 펼쳐졌다. 세 선수가 3타 차 공동 선두로 챔피언조에서 샷 대결에 나섰다. 생애 처음 챔피언조로 나선 김민솔은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한때 흔들렸다. 긴장 때문인지 티샷 정확도가 떨어졌다. 이날 페어웨이 적중률은 38.46%에 그쳤다. 불안한 티샷 때문에 5번홀(파4)과 후반 11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했고,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김민솔은 마지막 세 홀에서 대역전극을 썼다. 16번홀(파3)에서 7m에 가까운 버디퍼트를 떨어뜨려 기세를 올린 그는 17번홀(파4)에서도 4m가 넘는 거리의 버디퍼트로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홀이었다. 이날 8타를 줄여 공동 선두로 경기를 먼저 마친 홍정민을 포함해 네 명의 선수가 동타를 이룬 상황에서 그는 가장 어린 나이임에도 누구보다 침착한 플레이를 펼쳤다. 티샷을 255m나 날린 그는 201m 남기고 4번 유틸리티로 친 세컨드샷으로 그린에 공을 올렸다. 이어 장거리 이글퍼트를 과감하게 성공해 각각 버디와 파에 그친 노승희, 이다연을 차례로 따돌리고 ‘새 포천퀸’으로 등극했다.

두 번째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단단함이다. 김민솔은 지난해 7월 프로로 전향한 뒤 정규투어 시드전에서 미끄러졌다. 그는 올해 드림투어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며 때를 기다렸다. 김민솔을 오랫동안 지켜본 오세욱 두산건설 상무는 “묵묵하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선수”라고 했다. 세 번째는 끊임없는 노력이다. 김민솔은 어릴 때부터 오직 골프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오 상무는 “훈련을 계획적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한 선수”라고 말했다.
포천=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