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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우파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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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외신에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이 실렸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밀레이 집무실에서 같이 찍은 사진이다. 밀레이는 그의 아이콘이 된 전기톱을, 노보아는 정글을 헤쳐 나갈 때 쓰는 칼인 마체테를 들고 있다.

밀레이와 노보아는 이른바 ‘핑크타이드’로 불리는 온건 좌파가 장악한 남미 권력 지도 속에서 우파 지도자로 집권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전기톱과 마체테는 그들의 과감한 국가 개혁의 상징물이다. 밀레이의 전기톱은 퍼주기 복지와 방만 재정 등 아르헨티나의 망국병 요인들을 모두 잘라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밀레이 집권 18개월 만에 아르헨티나는 기적처럼 변했다. 월평균 13%에 달하던 물가 상승률이 1%대로 잡혔다. 16년 만에 재정 흑자, 경제성장률 플러스 전환, 환율 안정 등이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 부처 절반 폐지, 공무원 4만 명 감원, 재정 지출 30% 삭감 등이 전기톱 개혁의 성과들이다.

노보아에게 마체테는 ‘범죄와의 전쟁’을 의미한다. 에콰도르는 과거 미국 중산층에 은퇴 후 최고의 이주 장소 중 하나로 주목받은 곳이다. 그러나 2007~2017년 반미 좌파 성향의 코레아 정권이 미국 마약단속국과의 협력을 거부하면서 마약 소굴로 변했다. 노보아 집권 후 갱단과의 전쟁을 위해 거리에 군인을 배치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마약 업자에게 형량 연장 조치를 하면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다.

이들이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남미의 또 다른 우파 지도자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다. 그의 초강력 범죄 소탕 작전 덕에 2015년 인구 10만 명당 106.8건이던 엘살바도르 살인율은 지난해 2.4건으로 떨어졌다. 이들 남미 우파 3인방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유주의와 기업가정신을 통한 경제 발전을 지향한다는 게 그 하나다. 밀레이와 노보아는 정치 입문 2년 만에, 부켈레는 창당 2년 만에 집권한 정치 신인으로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볼리비아에서 20년 좌파 정권이 무너졌고 칠레와 페루의 좌파 정권도 흔들리고 있다. 핑크타이드 2기째인 남미 정치 지형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5.08.2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