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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상금 대회에 스타 플레이어 총출동…폭염에도 1만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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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 '행운의 언덕' 수놓은 갤러리들

무더위보다 뜨거운 응원전
우산·팔토시·부채 등으로 무장
선수 따라 18홀 걸으며 경기 관람
2살·5살 자녀와 포천 찾은 부부도

4R 상위 20명중 챔피언만 17명
박현경·방신실 등 팬클럽 총출동
챔피언조 티샷땐 구름관중 몰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우승상금 2억7000만원·총상금 15억원) 최종 라운드가 열린 24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는 대한민국 최고 여성 골퍼들의 우승 경쟁을 직관하려는 골프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연인·친구들과 함께 ‘명품 샷’을 직접 보러 온 2030은 물론 선수 팬클럽 회원,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까지 다양한 갤러리들이 코스를 메웠다.

이날 하루 ‘행운의 언덕’을 찾은 골프팬 수는 약 4100명. 대회가 열린 나흘을 모두 합치면 1만여명에 달한다. 서울 각지에서 1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높고 ‘인기 스타’가 총출동한 덕분이다. 이날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상위 20위 선수 가운데 17명이 우승 경험이 있는 챔피언 출신일 정도로 KLPGA투어 강자들이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더위도 막지 못한 골프팬 열정
체감 온도 34도의 무더운 날씨에도 갤러리들은 선수들과 모든 순간을 함께 하며 울고 웃었다. 우산과 챙 넓은 모자, 팔토시, 간이 의자, 부채, 얼음물, 손 선풍기 등으로 무장한 이들은 지친 기색도 없이 지지하는 선수들의 옆에서 18홀을 꼬박 걸어 완주했다.

갤러리들의 응원덕에 선수들의 매 샷은 드라마가 됐다. 선수들이 샷을 할 때마다 “굿샷”을 외쳤고 퍼팅이 아쉽게 홀을 비껴가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왔다는 윤영조 씨(72)는 “골프는 원래 더운 스포츠다. 이런 날씨에 경기도 하는데, 구경하는 덴 끄떡없다”며 웃어 보였다. 경기 고양시에서 왔다는 김모씨(65)는 “시간이 맞는 친구들과 종종 골프 대회를 보러 오는데, 포천힐스CC는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대회장 컨디션도 좋아 즐겁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 단위 갤러리들도 눈에 띄었다. 권나연(33), 안태진(38) 씨는 5살, 2살 자녀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권 씨는 “부모가 좋아하는 골프를 일찍부터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회장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6살 아들과 함께 방문한 30대 정모 씨는 “골프장을 걸어 다니는 즐거움을 아들이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반갑다 뉴페이스” 김민솔에 열광
1번홀(파5) 선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응원전이 펼쳐졌다. 방신실, 이가영, 정윤지의 티오프 시간을 앞두고 방신실 팬들은 ‘해피퀸 방신실’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 올렸다. 이들은 팬카페에서 노란색과 초록색 의상을 맞춰 입고 모여들었다. 이가영 팬카페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이가영이 티잉구역에 들어서자 ‘가영동화’ 팬카페 회원들은 힘껏 응원 구호를 외쳤다. 작년 대회에서 연장 혈투 끝에 극적인 우승을 차진한 박현경 팬클럽의 위세도 돋보였다. 팬클럽 회원 수십 명이 ‘상징색’인 민트색 옷을 입고 집결했다. 이준희 씨(52)는 “포천힐스CC는 박현경에게 의미가 남다른 코스”라며 “꼭 힘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대회장을 찾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챔피언조’가 첫 티샷에 나선 1번홀(파5) 티잉 구역엔 대한민국 최고 선수들의 명품샷을 보려는 갤러리들이 구름 떼를 이뤘다. 이날 갤러리들의 관심을 끈 건 단연 떠오르는 신예 김민솔이었다. 김민솔의 채 끝에서 공이 날아오를 때마다 카트 로드에선 감탄이 터져 나왔다. 서울 성북구에서 왔다는 70대 여성 이모씨는 “어린 나이에도 정말 잘 치더라”며 “마지막 라운드에서만이라도 응원하고 싶어 직접 보러 왔다”고 말했다.

‘전통의 강자’들에 대한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이다연의 팬들은 ‘Little Giant(작은 거인)’, ‘메이저퀸 이다연’ 등이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그의 우승을 한마음으로 염원했다. 이다연의 팬클럽 모자를 쓰고 있던 60대 남성(경기 화성시 동탄)은 “작년 한 해 부상 등으로 성적이 부진했던 터라 우승이 간절하다”며 “다소 긴장한 것 같기도 한데, 끝까지 잘 해낼 거라 믿는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통산 4승째에 도전하는 노승희의 이름도 여러 차례 페어웨이를 울렸다. 2번 홀에서 노승희가 ‘칩인 버디’에 성공한 순간에는 갤러리들의 환호성이 그린 주변을 뒤흔들었다.

포천=장서우/최한종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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