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살 이후로 첫 홀인원이었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홀인원 덕에 원오버였던 스코어가 단숨에 원언더가 돼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19승 보유자인 박민지는 24일 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15억원) 최종 4라운드 직후 다소 상기된 모습으로 홀인원에 성공한 심경을 밝혔다.
박민지는 “홀인원은 고등학생이 되기도 전 군산시장배, 육군참모총장배 등 아마추어 대회 때 두 번 한 이후 처음”이라며 “상품을 생각하면 미스샷이 계속 나오기 마련이라 홀인원은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많이 놀랐다”고 했다.
박민지의 역사적인 홀인원은 168m 거리의 6번 홀(파3)에서 나왔다. 핀 위치가 그린 오른쪽 뒤편 가장자리에 꽂혀 쉽지 않은 홀이었다. 그린 가운데로 보낸다는 전략을 세운 박민지는 핑 i240 5번 아이언을 잡았다. 채 끝에서 추진력을 얻어 164.2m를 뻗어나간 타이틀리스트 프로V1 공은 핀 앞에 착지한 뒤 약 8m를 굴러가 홀컵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박민지는 “(6번 홀 전까지 스코어가) 원오버였어서 버디 하나만 얻어걸리든, 어떻게든 나와라, 그러면 그 이후로는 어떻게든 올라가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하나가 경기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데 중요했기 때문”이라며 “(6번 홀) 다음 홀에서도 핀까지 2m를 붙여서 (혹시라도) 흥분해 못 넣는 것 아닌가 했지만, 버디가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그런데 갑자기 또 샷이 안 되더라. 골프는 역시 기분 관리라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고 덧붙였다.
박민지는 이번 대회까지 정규 투어 대회에 통산 200개 대회 출전했다. 그는 “경제가 좋지 않은 데도 큰 골프 대회가 많다는 데 감사하고, 시대를 잘 타고났다는 생각이 든다. 선배 선수들은 저보다 훨씬 오랜 기간 뛰었는데도 200번째 경기까지 오는 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고 감사하는 마음을 밝혔다. 이어 “큰 부상 없이 잘 왔다는 데 감사하다. 300번째 경기까지 건강하게, 원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며 잘 뛰고 싶다”고 덧붙였다.

20승 달성에 필요한 부분을 묻자 박민지는 “(현재 샷이) 약간 애매하다. 잘 치지도, 못 치지도 않는다”면서 “(이 상태에서) 치고 올라가려면 좀 더 날카로운 샷과 정확한 퍼트에 더해 지금보다 더욱 강한 마음가짐, 좀 더 강한 체력 훈련과 연습, 용기와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고 답했다.
홀인원 상품은 8000만원 상당의 다날 로봇 커피머신이다. 커피를 즐기지 않는 박민지는 이를 모교에 기부할 생각이다. “너무 고가의 선물이라 커피가 정말로 필요한 분들께서 드시면 좋겠네요. 하하”
포천=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