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본회의에선 MBC법이 재석 의원 171명 중 찬성 169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통과했다.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이 처리를 주도했다. MBC법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수를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국회 교섭단체 및 시청자위원회·학계 등으로 넓히는 것이 골자다. 7월 임시국회에서 먼저 처리된 KBS 관련 방송법과 비슷한 내용이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도 이른바 ‘살라미 전략’으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하루 하나씩 순차적으로 처리한다는 의미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정의 확대 등을, 상법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본회의는 23일 다시 열려 노조법이 상정되면 (국민의힘)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일정”이라며 “24시간이 지난 24일에는 노조법을 표결 처리하고 상법을 상정한 뒤 25일 오전 10시께 표결 후 본회의를 산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기간에도 필리버스터를 통한 총력 대응을 예고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노란봉투법과 상법을 각각 ‘불법 파업 조장법’ ‘경영 마비법’에 빗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악법을 처리하기 위한 폭주 열차를 가동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소수 야당이기 때문에 악법 강행 처리를 물리력으로 막기 어렵지만 필리버스터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를 ‘명분 없는 반대’로 규정하고 법안의 원안 통과를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필리버스터 무용론’도 제기된다. 이미 민주당(166석)과 국민의힘(107석) 의석수 차이가 압도적인 가운데 앞선 필리버스터가 별다른 여론 변화를 이끌지 못하면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차라리 5분 반대 토론을 치열하게 준비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시은/정상원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