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서울 종로지점 사옥을 비롯해 전국 9개 부동산 매각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부동산 자문사들에 발송했다. 제안서를 취합해 주관사를 선정한 뒤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수도권 자산으로는 서울 창신동 종로지점, 경기 성남 새분당지점, 고양 일산지점이 포함됐다. 모두 연면적 7000~8000㎡ 규모의 중소형 빌딩으로, 역세권 입지와 안정적 임차 구조를 갖춘 덕분에 리츠·부동산 펀드·기관투자자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1년 문을 연 고양 인재개발원도 매각 대상에 올랐다.
지방에서는 대구 남산동 대구지점(구분소유), 울산 달동 울산지점, 경남 창원 상남동 창원지점·여좌동 진해지점(구분소유), 전남 순천 저전동 순천지점이 포함됐다.
동양생명의 재무지표는 올해 들어 급격히 악화됐다. 상반기 순이익은 868억원으로 핸해 전보다 47.1% 감소했다. 보험수익은 704억원으로 48.5% 줄었고, 투자수익도 310억원으로 57.3% 급락했다. 본업과 자산운용 양측 모두 부진에 빠진 셈이다.
여기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최근 신용정보법 위반에 대해 약 1400억원 과징금 부과를 의결하면서 부담이 더해졌다. 2022년 검사에서 고객 동의 없이 자회사 GA(보험대리점)에 개인 신용정보를 넘긴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금융위원회 최종 확정 시 올해 상반기 순익의 두 배를 웃도는 과징금을 물어야 할 처지가 된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동양생명을 인수한 직후 CFO 직속 재무진단TF를 출범시키고 자산·부채 전반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 이번 부동산 매각은 그룹 차원의 '자본 효율화 전략'의 첫 사례다. 앞서 우리금융은 동양생명이 보유한 파인크리크CC와 파인밸리CC 등 비영업용 자산도 매각 후보군에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은 전국에 67개 영업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업용 부동산 가치만 1159억원에 달한다"며 "이번 매각은 시작일 뿐 추가 자산 정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에 대해서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