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계가 이날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최소 1년간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한 건 법안 통과를 막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6개월로 예정된 유예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늘려야 기업들이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복수노조 허용(14년), 만 60세 정년 연장(4년), 중대재해처벌법(3년) 등 주요 노동 관련 법안은 개정 이전에 3~14년의 유예기간을 거쳤다.
경영계가 가장 우려하는 조항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 노조법 2조 2호다. 사용자 범위를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재정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하청 근로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파업하고 교섭을 요구할 길이 열린다. 수백, 수천 개의 하청업체를 둔 자동차, 조선, 철강, 건설기업을 중심으로 “교섭하다가 날이 샐 판”이란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이날 노동쟁의 범위 확대(2조 5호)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개정안대로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되면 해외 생산시설 이전 같은 경영상의 판단도 파업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경제6단체는 손해배상책임을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별로 다르게 정하는 내용의 3조에 대해선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고 급여도 압류하지 못하도록 대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시했다”며 일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개정안 3조는 노조 내 지위, 쟁의행위 참여 정도, 손해 발생 관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 비율을 정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경영계는 여당이 법안 처리를 예고한 21일 전까지 정부와 국회를 최대한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여당의 입법 의지가 강한 만큼 결국 경영계가 헌법소원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이날 “노란봉투법을 원안대로 통과시킨다는 입장에 여전히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 관련 사회적 논의가 수년간 이뤄졌으며, 국회에서도 이미 상임위원회인 환노위에서 여야가 협의를 마치고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했기 때문에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강현우/양길성/정상원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