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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몰린 경제계 "노조법 2조라도 개정안서 빼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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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1년 유예를"…경제6단체 마지막 호소

노조법 개정 땐 대혼란
기업 대응하기에 6개월 역부족
'사용자 범위 확대' 가장 우려
"교섭하다 날 샐 판" 하소연

민주당 "입장 변화 없다"
환노위 통과한 원안 처리 방침
암참, 19일 여당 지도부 면담
외국투자기업 우려 전달할 듯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영계가 18일 법안 시행 시기라도 늦춰달라고 호소했다. 국내에 진출한 800여 개 미국 기업을 대표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19일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찾아 외국투자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협의는 할 만큼 했다”며 지난달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시킨 원안을 그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들 “1년이라도 유예해달라”

경영계가 이날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최소 1년간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한 건 법안 통과를 막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6개월로 예정된 유예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늘려야 기업들이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복수노조 허용(14년), 만 60세 정년 연장(4년), 중대재해처벌법(3년) 등 주요 노동 관련 법안은 개정 이전에 3~14년의 유예기간을 거쳤다.

경영계가 가장 우려하는 조항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 노조법 2조 2호다. 사용자 범위를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재정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하청 근로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파업하고 교섭을 요구할 길이 열린다. 수백, 수천 개의 하청업체를 둔 자동차, 조선, 철강, 건설기업을 중심으로 “교섭하다가 날이 샐 판”이란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이날 노동쟁의 범위 확대(2조 5호)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개정안대로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되면 해외 생산시설 이전 같은 경영상의 판단도 파업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경제6단체는 손해배상책임을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별로 다르게 정하는 내용의 3조에 대해선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고 급여도 압류하지 못하도록 대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시했다”며 일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개정안 3조는 노조 내 지위, 쟁의행위 참여 정도, 손해 발생 관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 비율을 정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경영계는 여당이 법안 처리를 예고한 21일 전까지 정부와 국회를 최대한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여당의 입법 의지가 강한 만큼 결국 경영계가 헌법소원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환노위에서 이미 협의 마쳤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등 암참 관계자들은 19일 국회를 방문해 김병기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면담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에 노란봉투법을 추가로 협의하자고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경제6단체 공동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이 강제하는 사용자성 확대 등은 민주당이 법으로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라 노사가 합의해야 하는 사안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이날 “노란봉투법을 원안대로 통과시킨다는 입장에 여전히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 관련 사회적 논의가 수년간 이뤄졌으며, 국회에서도 이미 상임위원회인 환노위에서 여야가 협의를 마치고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했기 때문에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강현우/양길성/정상원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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