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선두주자였던 컴투스가 내부 운영 문제로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2004년 출시된 자사 MMORPG 게임 ‘아이모’에서 내부 운영진이 테스트용 아이템을 빼돌려 유저에게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된 주가 하락에 더해 기존 지식재산권(IP) 관리 논란까지 맞물리면서 컴투스의 향후 전략과 운영 체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컴투스는 최근 ‘아이모’ 운영팀 직원이 테스트용 아이템을 불법 반출해 현금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의 직원은 업데이트 과정에서 지급된 테스트 아이템을 폐기 처리했다고 보고한 뒤, 실제로는 관리자 권한을 이용해 빼돌려 유저에게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보석·주문서 44건, 펫과 코스튬 등 554건 등 수백 건 규모의 아이템이 이미 거래소와 유저 간 거래를 통해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컴투스 관계자는 “해당 직원은 지난해 12월 내부 감사 과정에서 확인 즉시 해고됐고, 이후 전수조사를 진행해왔다”며 “문제가 된 아이템의 회수·보상과 함께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 시리즈 등 글로벌 흥행작으로 모바일 RPG 강자의 입지를 구축해왔지만, 최근 신작 부재와 기존 IP 의존 심화가 구조적 한계로 꼽혀왔다. 이번 ‘아이모’ 사태는 단순한 운영 실수가 아니라 내부 통제 시스템의 허술함이 기업 가치에 직격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컴투스의 주가는 연초 대비 30% 가량 빠지며 3만 원대 중반까지 밀렸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레거시 IP조차 내부 리스크로 흔들린다면 단기적 충격을 넘어 기업 가치 전반에 대한 신뢰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컴투스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리자 권한 승인 절차 강화, 아이템 생성·폐기 이중 검증, 전 직원 윤리 교육 및 정기 감사 확대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사후 약방문”이라는 비판이 여전히 나온다.
컴투스는 하반기 다수의 신작을 준비 중이다. 장르 다변화와 콘솔·PC 크로스 플랫폼 진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모바일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IP 확장과 신규 장르 실험을 강화함으로써 ‘히트작 부재’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다.
일각에선 컴투스가 신작 흥행 여부에 따라 ‘턴어라운드’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적 반등의 열쇠를 쥔 것이 결국 신작 흥행력이라는 점에서 하반기 성과가 향후 성장 궤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