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2주째 하락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특별사면'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사태' 당시 약 두 달간 지지율이 9%포인트 빠졌는데, 이 대통령은 2주 만에 12.2%포인트가 증발했다.
조 전 대표가 광폭 행보를 예고하면서 한동안 조 전 대표의 사면과 관련된 민심이 추가적으로 출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리얼미터상 이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2주간 서울에서 6.8%포인트, 인천/경기 15.9%, 충청 9.3%포인트 등이 빠졌다. '집토끼'인 호남에서도 8.7%포인트, 진보층에서도 3.1%포인트 떨어졌다. 선거에서 중요한 중도층 지지율 낙폭은 같은 기간 13.2%포인트로 확인된다.
이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40대에서도 지지율이 13.5%포인트(76.5%→63%) 떨어지면서 지지층이 크게 동요하는 듯한 모양새다. 이재명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가지면서 민주당이 개헌 계획을 가지는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정이 난감할 수 있는 지표들이다.
조 전 대표는 이날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저의 사면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n분의 1(정도)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전 대표의 해석과 달리 조 전 대표의 사면이 영향을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그간 큰 움직임이 없던 한국갤럽(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3.4%, 전화 인터뷰)조사에서도 이 대통령 지지율은 한 주 간 5%포인트 빠져 59%로 집계됐는데, 가장 많은 부정 평가자들(22%)은 '특별사면'을 그 이유로 지적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사태 때도 세부 지표별로 5~15%포인트가량의 낙폭이 있었다.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사태'는 지지율 하락의 시발점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조 전 대표가 2019년 8월 1주차에 조 전 대표가 법무부 장관 후보에 지명된 직후 사모펀드 투자 의혹,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이 일파만파 커졌다. 그의 지명부터 사퇴까지 약 두 달간,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약 10%포인트 하락했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6주 연속으로 데드크로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현상) 이후에서야 긍정율이 다시 부정률을 앞설 수 있었다. 이는 문 정부에서 처음으로 가장 오랜 데드크로스로 기록됐다. 문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전업주부 등 여성 지지율도 10%포인트 넘게 떨어지면서 데드크로스를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지율 하락세가 지지율 관점에서 '제2의 조국 사태'라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문재인 정부 때 '조국 사태'로 지지율이 출렁인 현상이 이재명 정부에서도 또 벌어졌다는 것이다.
향후 관건은 조 전 대표가 '로키'(low key·저자세)를 유지하느냐지만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지지율상 '조국 리스크'가 2달에 그친 이유는 그가 사퇴했기 때문이다. 그의 사퇴로 문 전 대통령은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그가 정치권에 다시 복귀한 경우다.
한동안 로키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엎고, 조 전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실상 내년 6월 지방선거 혹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또 그는 출소 직후부터 왕성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이어갔는데, 된장찌개 먹는 사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면 후 친서민적인 음식 사진을 올린 것인데, 알고 보니 이는 '미쉐린 가이드 선정' 고급 한우 레스토랑이었기 때문이다. 논란에 조 전 대표는 관련 글의 댓글 쓰기 기능을 차단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조 전 대표의 강한 자아를 감안할 때, 부산시장이나 서울시장으로 바로 출마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여권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는 가운데, 민주당 입장에서는 딜레마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