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류승룡이 '파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류승룡은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파인:촌뜨기들' 종영 인터뷰에서 "최고의 리더 강윤성 감독"이라며 전작 '무빙'에 이어 '파인'이 흥행 기록을 세운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시상식에서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하면 너무 좋다"며 "그들이 주목받았으면 좋겠다"면서 모든 공을 돌렸다.
'파인'은 1977년,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근면·성실 생계형 촌뜨기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미생' 등을 쓴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지난달 16일 첫 공개된 후 지난 13일 마지막 11회가 선보이며 마무리됐다.
류승룡이 연기한 관석은 자잘한 사기와 소소한 도둑질로 가정을 책임지던 인물로, 신안 앞바다에 도자기가 묻혀 있다는 얘길 듣고 목포로 떠나 보물찾기의 리더가 된다. 작품마다 뛰어난 캐릭터 해석 능력을 보여준 류승룡은 이번에도 미워할 수 없는 사기꾼 관석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돈 냄새를 맡는 순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관석부터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친다.
류승룡은 "'파인'은 이야기가 좋아서 했다"며 "인간 욕망의 허무함이 있었다. 그게 요즘 저의 화두이기도 하고"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제어 장치만 있다면 누구나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며 "나이를 들으면서 그걸 조금씩 깨닫는 거 같다. 요즘은 더 많이 느끼는 거 같다"고 변화된 인생관을 전했다. 다음은 류승룡과 일문일답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마지막 회를) 같이 봤는데, 손뼉 치면서, 깔깔대면서 봤다. 추울 때 시작해서 몹시 더웠던 시간을 지나 다시 추위가 올 때 끝났다. 우리는 행복하고, 즐겁게 찍었지만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니 끝나는 게 아쉽더라. 창작자나 배우들 입장에서는 그런 얘기 듣는 거만큼 행복한 게 없으니까.
▲ 항상 홍보에 열정을 다하지만, 이번에 더 열심히 했다는 평이다.
= 배우들은 찍으면 안다. 어떻게 나올지.(웃음) 찍을 때 잘 찍었고, 세밀하게 열정적으로 했다면 느껴진다. 그리고 스태프랑 배우들이 부끄럽지 않게 집중했으니까. 어떤 작품이든 그렇게 '화이팅'하지만, 이 작품이 갖는 주제나 이런 것들이 있지 않나. 그런 게 더 와닿았던 거 같다. 후반전은 홍보다.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고, 보탬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수줍음이 많은 (양)세종에게도 여기저기 예능도 많이 나가고, 같이 많이 했다.
▲ 코믹 장르에 최근 활약이 이어진다.
= 누군 장르를 다양하게 골라서 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냥 다 한다.(웃음) '파인'이라는 작품은 이야기, 서사가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가 좋아서 했다. 인간 욕망의 허무함이 있었다. 그게 저의 화두이기도 하고. 인간이 가진 생각이기도 하고. 저는 대학 때 재밌게 본 '파고'라는 작품이 있다. 보물을 찾다가 사람도 죽이고 하는데, 보물을 숨기기 위해 들판에 파묻는다. 그런데 눈이 많이 와서 그걸 못 찾는 엔딩이다. '파인' 시나리오를 보니 그게 생각이 나더라. 윤태호 작가에게 그 말을 했더니 레퍼런스라고 하셨다. 포스터를 붙여놓고 작업하셨다고. 바다라는 속을 알 수 없는 망망대해에 욕망, 거기에 속고 속이는 욕망덩어리들, 끝내는 아무도 그걸 손에 쥐지 못한다. 11부가 끝나고 '허무하다'고 하는 반응이 많은데, 그게 의도한 바다.
▲ 배우 류승룡의 욕망은 무엇일까.
=저는 절제 같다. 아무리 좋은 차도 잘 달리다가 제어 장치가 작동되지 않으면 안 되지 않나. 저에게도 적절한 조절 장치가 화두 같다. 일과 과정, 건강과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걸 어떻게 잘 제어할 수 있는지.
▲ '파인'에 등장하는 신안 보물섬은 실제로 있던 사건이었고, 원작도 있다. 원래 관심이 있던 소재였을까.
= 이전에도 알고 있었다. 신안 앞바다 보물섬 얘기도 어렴풋하지만, 알고 있었고. 당시 수집된 유물들이 전시된 광주박물관도 갔었다. '파인'이라는 웹툰도 알았고. 이번에 다시 한번 보며 참조했고.
▲ 강윤석 감독님 전작 '카지노'에서는 AI와 특수분장을 이용해 최민식이 캐릭터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는데, 이번에 관석의 젊은 역할은 다른 배우가 하더라.
=젊은 역할을 얼마든지 할 자신 있었다. 전 중학생까지도 할 자신 있었는데, 제안도 안 주시더라.
▲ 관식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을까.
=시작은 좀도둑이었다. 간장게장을 위해 간장을 훔치던. 그러다 도자기를 꺼내는 작업에 40만원을 제안받고, 이후에 4000만원이 되고, 이렇게 욕망이 복리처럼 겹겹이 쌓이는 인물이더라. 나중엔 욕망과 함께 추락하는데, 그런 상징성을 잘 표현한 인물인 거 같더라. 그 당시에 그러기에 쉽지 않은데 담배도 안 피우고, 다림질도 하고, 항상 깨끗하게 씻고 면도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다른 배우들은 액션도 있고, 물에도 가고, 사투리도 있고 한데 저는 어떻게 보면 밋밋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전 눈빛과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전두엽이 발달한 시대니까, 제 나름대로 어려운 연기였다. (웃음)
▲ 실제 모습과 닮아있는 지점이 있을까.
=관석의 욕망은 제 개인적인 것보다는 누구나 가진 게 아닐까 싶다. 만족에는 종착역이 없다고 하지 않나. 저도 그런 시기가 있었고. 적절한 제어 장치만 있다면 누구나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 나이를 들으면서 그걸 조금씩 깨닫는 거 같다. 요즘은 더 많이 느낀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인 것보다는 전체를 보게 되고, 이 작품을 통해 빛을 보는 배우들을 보면 신난다. 내년에 임수정 배우가 시상식에서 활약할 거 같고, 김민배우가 신인상 휩쓸었으면 좋겠고, 그런 게 벌써 흥분이 된다. 미술 이런 것도 대단하다. 곰팡이 같은 것도 다 만들었다.
▲ 강윤성 감독과 첫 작업은 어땠나.
=10이나 10만이나 1이 없으면 그냥 0 아닌가. 강윤성 감독이 1 같은 존재다. 선장과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거 같다. 일단 얘기를 잘 듣고, 결정이 빠르다. 상처받지 않게, 아닌 건 아니라고 빨리 말해준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정말 존경하는 지점은 인품인데, 키 스태프나 막내나, 주연이나 단역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대한다. 그런데 일도 효율적으로 하신다. 120회차를 99회차로 줄였다. 여기에 타율도 좋다. 이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거냐.
▲ '무빙'에 이어 '파인'까지 성공하면서 디즈니플러스 흥행킹이 됐다. 25일 연속 1위라고 하더라.
= 너무 좋다. 그런데 '파인'은 '무빙'과 전혀 다르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투트랙이다. 굳이 연관을 짓는다면 '무빙' 시즌2 제작이 확정됐으니까, '파인'도 시즌2가 결정돼 '류승룡이 디즈니에서 하면 시즌2를 한다' 이런 말을 듣게 된다면 너무 좋을 거 같다.
▲ 원작에서는 관석이 죽었는데, 쿠키영상에서는 생존을 암시해 해석이 분분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확실하게 알고 찍어야 하니까, 일단 절벽에서 떨어질 땐 감독님에게 물어봤다. 그땐 떨어질 때 죽는 줄 알고 찍었다. 그 후 편집을 다 끝나고 '살리자' 연락이 왔다. 다행히 뒷좌석에 타서 살았다고. '파인'의 원작에서는 악인들이 천벌을 받아 파국을 맞이하는데, 관석은 그렇게 사는 게 맞냐고 질문했을 때 저는 '관석의 가족이 살았나 죽었나. 관석의 동력은 가족이었는데, 만약 가족을 잃었다면 그만큼의 큰 형벌이 있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살았다면, 시즌2가 나왔을 때 더 고통을 줘야 하지 않을까. 악인은 죽어야 마땅하다.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 속이 시원하지.(웃음)
▲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악당이 '파인'에서 있었나.
=다들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다. 나도 연기하면서 나름의 합리화가 있었다. '돈이 최고다', '난 가장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임했고, 관석은 야인시대를 반영했던 캐릭터라 생각했다. 이곳에 나온 사람들도 다 그런 거 같다. 정도의 차이지 말도 안 되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그래서 다들 공감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각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 임수정 연기가 대단하다. 춤출 때, 그 장면이 백미다. 처음엔 '여자로 태어난다면 이런 연기를 꼭 해보고 싶다' 싶었는데, 바뀌었다. 다시 태어나도 임수정처럼 못한다. 양세종은 굉장히 낯을 가린다. 그래서 카카오톡으로 많이 얘기하고, 선자(김민 분)랑 셋이 단톡방을 만들었다. 제가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같이 전시회도 다니고, 공연도 보러 가고 했다. 세종이랑은 제주 올레길을 100km 정도 걷고, 같이 목욕탕도 다녔다.
▲ 정윤호의 연기 호평도 많이 나왔다.
=정윤호 배우가 잘해줬다. 팬들이 보내주는 커피차나 뷔페를 보기 전까진 아이돌 '유노윤호'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윤호가 잘해준 것도 있지만, 함께한 배우들이 있다. 그 일당으로 나오는 홍정인, 노정현 배우들도 같이 해줬다. 항상 바늘과 실처럼 함께했다. 그런 배우들이 '파인'을 빛나게 했다. 항상 나와서 덜 힘든 것도 아니다. 항상 같이 열심히 하더라. 사투리도 같이 배우러 다니고, 목포에 가서 택시 기사님을 만날 때에도 함께했다고 하더라.
▲ '킹덤', '무빙' 등 글로벌 OTT 작품이 다수 흥행하면서 정윤호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글로벌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일본 홈페이지도 있더라.
=지난해 11월 디즈니플러스 행사 때문에 싱가포르에 갔을 땐 꽤 많이 알아보더라. 필리핀에도 올해 2월에 갔는데 '진짜 알아보는 거야' 할 정도로 알아보시더라. 그래서 우리 아들들도 '오' 했다.(웃음) 그렇게 해외에 나가면 조금 느끼긴 하는데. 아, 가끔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메시지)로 아랍이나 이런 곳에서 '아빠'라고 그렇게 메시지를 많이 보내더라. '닭강정'에서도, '무빙'에서도, '킹덤'에서도 다 아빠였으니까, 그래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 차기작도 벌써 정해졌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의 김부장 아닌가.
= 지금껏 했던 작품 중 가장 긴 제목이다.(웃음) 지금 열심히 찍고 있는데, 10월 마지막 주에 첫 방송이라고 하더라. 작품이 계속 나와서 쉼 없이 일하는 거 같지만, '파인' 끝나고 6개월 정도 쉬고 들어갔다. 제가 술도 안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휴식하곤 한다.(웃음) 제 나이가 그런 거 같다. 신체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변화를 겪는데, 누구나 맞이하는 이 시기를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면역을 갖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서 넘어갈 수 있을까 제안하고 싶더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그런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홍보했다.(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