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위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저녁 텔아비브 광장에 약 50만명이 모였다. 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하마스와의 전쟁을 끝내고 인질 석방 합의를 하라고 촉구했다. 제1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대표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지지를 표명했다.
텔아비브 광장 집회에 앞서 이스라엘 전역 곳곳에서 시위가 진행되고, 인질 가족이 속한 단체 주도로 총파업이 이뤄졌다. 일부 시위대는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를 잇는 주요 도로를 봉쇄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시위 참여자 38명이 구금됐다. 시위 도중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에서 예멘 미사일 공격을 경고하는 공습 사이렌이 울리며 전국 시위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가자시티 점령 계획에 대한 국내외 반발에도 이스라엘 내각이 입장을 굽힐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2년 전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후 인질 송환과 전쟁 종식을 위한 시위와 파업이 잇달아 열렸지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내고 하마스를 격파하기 전까지는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하마스 입장을 강화하고 인질 석방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하마스의 선제공격이 발생한) 10월 7일의 참상이 반복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 내각은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점령을 목표로 하는 가자지구 군사 작전 확대 계획을 승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에 가자시티 주민 대피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결정은 국내외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나머지 인질을 모두 귀국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협상이라는 게 시위대 측 입장이다.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이 확대될 경우 인질로 잡힌 이들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마스에 억류됐다 올해 초 인질 석방 때 이스라엘로 귀국한 아르벨 예후드는 “군사적 압박은 인질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죽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지난달에는 추가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이 결렬됐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전쟁 종식에 동의할 경우에만 나머지 인질을 풀어주겠다고 주장하면서다. 하마스는 가자시티 점령과 주민 이주 계획에 대해 “새로운 대량 학살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가자시티에서 수십만명이 쫓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