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C는 전신인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전통을 잇는 오케스트라로,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연주자들로 구성된 단체이다. 올해는 5주 동안 링컨 센터를 중심으로 공연과 리허설, 그리고 8세에서 14세의 어린 작곡가들을 선발해 그들의 작품을 연주하며 함께 작업하는 음악 교육 활동을 펼쳤다. 2015년부터 FOLC의 수석 플루티스트로 활동하는 최나경을 비롯해,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시우, 볼티모어 심포니 부악장 강보람이 단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공연의 부제는 결혼 서약에 나오는 문구 ‘In Sickness and In Health(병든 때나 건강할 때나)’로, 슈만 부부인 로베르트와 클라라를 조명했다. 네 작품 중 첫 곡과 마지막 곡은 로베르트의 작품, 두 번째 곡은 클라라의 작품이었으며, 또 다른 한 곡은 부부의 삶과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아프리카계 미국 작곡가 제임스 리 3세의 초연작이었다. 부부가 남긴 창작물이 서로의 예술과 생을 어떻게 비추었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프로그램이었다.
첫 곡 Overture, Scherzo & Finale는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게 된 시기에 로베르트 슈만이 작곡에 전념하기 시작하며 남긴 작품이다. 손열음이 연주한 콘체르트자츠는 피아노 협주곡으로 확장되지 못한 채 하나의 악장으로만 남은 클라라 슈만의 미완성곡으로 1994년에야 출판되어 빛을 보게 되었다. 클라라는 로베르트의 건강이 악화하던 시기에 이 곡을 쓰기 시작했고, 남편의 생일 선물로 구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길이 10분 남짓의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이 작품을 손열음의 연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큰 관심을 모았다.
미완성이란 단순히 작곡이 종결되지 않았음을 넘어, 작품의 물리적인 분량뿐 아니라 구조적, 예술적 완결성의 결여를 뜻하기도 한다. 이날 마지막에 연주된 로베르트 슈만 교향곡 4번의 경우 1841년 처음 출판한 뒤 10년이 지나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1851년 개정판을 내놓았다. 많은 작곡가들이 초연 후 수정 작업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콘체르트자츠는 군데군데 오케스트레이션의 어색함이 느껴지는 구간이 있었지만, 손열음은 곳곳에서 드라마틱한 흐름을 주도하며 작품을 이끌었다. 클라라의 작품이 필수 퍼즐 조각이었던 이 공연에서 콘체르트자츠 대신 그가 16세에 완성해 오늘날 널리 연주되는 피아노 협주곡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손열음은 앙코르곡으로 로베르트 슈만의 가장 사랑받는 피아노 소품 ‘트로이메라이’를 선택했다. 그는 한 음 한 음을 숨죽이며 내딛는 대신, 멈춤 없이 이어지는 흐름으로 풀어냈다. 말없이 다가오는 여인의 걸음처럼, 바람결에 흩날리는 옷자락처럼 부드럽게 춤추다 눈앞을 스치며 투명한 빛 속으로 고요히 사라졌다.
이날 공연의 또 다른 중심축은 FOLC가 위촉한 제임스 리 3세의 ‘인식의 연결’이었다. 로베르트와 그의 뮤즈였던 클라라를 주제로 특히 로베르트의 교향곡 4번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곡가는 풍경과 감정의 이미지를 소리로 그려냈으며 섬세한 질감의 현악기로 시작해 목관 솔로, 슬픔, 불안, 희망을 거쳐 폭발적인 결말로 나아갔다. 곡 중간에 금관 레이어가 교차하는 대목에서 이음새가 매끄럽지 않았고, 특히 호른의 민첩성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 곡은 드라마, 사운드, 컬러, 밀도, 공간감, 그리고 20분이라는 서사를 담은 충분한 길이와 대중 친화성까지 갖춘 ‘완성형 작품’에 가까웠다. 현대음악이면서도 혁신적 기법 대신 보수적인 문법을 택해 일반 청중의 진입장벽을 낮췄고, 객석의 뜨거운 반응이 이를 입증했다.
로베르트 슈만은 깊은 감성, 도전적인 형식, 독창적인 선율, 파격적인 화성으로 특징되는 작곡가이다. 특히 짙은 서정미가 빛나는 그의 피아노 작품이나 가곡들은 절대적인 아름다움의 경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19세기부터 그를 따라다닌 논란이 있다. 바로 관현악 편곡법의 한계다. 이 때문에 그가 남긴 네 곡의 교향곡은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작임에도 종종 평가절하되었다.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음향이 불투명해 중요 선율이 덜 중요한 선율에 묻히는 경우가 많다는 점. 둘째, 목관과 금관의 적절한 음색 활용이 부족하고 악기 운용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구스타프 말러는 슈만의 교향곡 3번과 4번을 새롭게 오케스트레이션하여 출판했으며, 오늘날에도 말러 버전이 무대에 오른다.
이날 FOLC는 슈만의 1851년 개정판으로 연주했다. 음악감독이자 지휘자인 조나선 헤이워드는 작품의 내면적 서정성과 극적 긴장을 섬세하게 살려냈다. 특히 3악장의 트리오 부분의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색채를 세밀하게 빚어냈고, 마지막 악장으로 이어지면서 장엄하고 광활한 곳으로 관객을 이끌었다. 4악장에서 1악장 주제가 재등장하고, 이를 다시 변형하여 작품 전체를 유기적으로 엮으며 거대한 구조를 완성했다.
올해 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이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클라라와 로베르트가 남긴 유산을 시간의 층위 속에서 다시 조명하고, 그로부터 새롭게 탄생한 작품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음악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임을 보여줬다. 손열음은 클라라의 미완 작품에 숨결을 불어 넣으며 그 다리의 한 축을 세웠고, FOLC는 이를 생생하게 되살리며 또 다른 축을 완성했다. 과거를 지나 현재에 닿는 여정을 한 자리에서 보여준 무대였다.

뉴욕=김동민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