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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후 닛케이 9% 뛸 때 코스피 '제자리걸음' [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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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주, 불확실성 해소에 사상 최고치
엔저(低)가 기업들 관세 실적 우려 상쇄

코스피, 관세 타결했지만 '세제 개편' 내부 이슈가 발목
"8월 말까지 관세 노이즈…세재 개편안 최종 지켜봐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상호관세 협상 타결 후 국내 증시와 일본 증시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수출주(株) 불확실성 해소와 엔저(低) 영향에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반면 코스피지수는 세제 개편안 실망감 등 내부 이슈에 발목이 잡히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와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31일 한국과 미국의 상호관세 협상 타결 이후 현재까지 0.88% 하락했다. 반면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미·일 간 무역 합의를 이룬 지난달 23일 이후 현재까지 9.05% 뛰어오르면서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닛케이지수는 지난주에만 사상 최고치를 세 차례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대표 수출 기업인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그룹 등 자동차·IT 기업과 미쓰비시UFJ 등 은행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과 관세 협상으로 일본 내에서 수출 기업들의 감익 우려가 제기됐지만,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등 경제지표가 경기 후퇴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투자심리에 온기가 번진 영향이다.

실제 일본 주요 상장기업 42곳의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영업이익이 미국 관세 영향으로 최대 3조5000억엔(약 33조원)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16일 보도했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없었다면 영업이익은 최대 3조5000억엔을 더한 15조6000억엔(약 147조3000억원)이 됐을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특히 일본에서 대미 수출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 업종의 타격이 클 것으로 관측됐다. 도요타는 미국 관세로 연간 영업이익이 1조4000억엔(약 13조2000억원) 줄고, 혼다와 닛산자동차도 각각 4500억엔(약 4조2000억원)과 3000억엔(약 2조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 엔화 가치가 하향 안정화 흐름을 보이는 것도 수출·은행주 중심으로 구성된 닛케이지수 상승에 배경이 되고 있다. 지난달 말 대비 현재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2.5% 내렸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으로 미·일 간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엔화 가치를 누르고 달러화 매수를 부추기고 있어서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3일 직접 "그들(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이 뒤처져 있다"며 "그들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얘기했을 정도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로 4회 연속 동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불안감 축소와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이 주가 상승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관세 불확실성 해소에도 불구하고 세제 개편안 이슈에 발목이 잡히면서 이 기간 지수 상승률이 제자리걸음 했다.

코스피는 지난 1일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실망감에 3% 넘게 떨어지면서 단숨에 3100선까지 밀려났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대주주 양도세 요건이 당초 투자자 기대만큼 완화되지 않으면서다.

개편안에 따르면 연간 배당소득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종합과세 대신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며 최고세율을 현행 45%에서 35%로 낮추는 내용을 담았지만, 이는 시장에서 기대했던 25%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됐다.

이 때문에 증시 투자에 대한 '열기'도 다소 식어가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회전율은 5.24%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회전율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 대금의 비율인데 이 수치가 낮다는 건 거래가 한산했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 회전율은 지난 1월 12.35%를 기록한 이후 2월 16.96%까지 높아졌으며, 이후 5월 제외하고 대부분 13∼15%대를 기록했다. 5월에는 11.55%였다가 이달 들어서 한 자릿수대로 뚝 떨어졌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세제 개편안과 기업들의 실적 부진 등으로 코스피가 조정 양상에 들어간 것"이라며 "향후 세제 개편안 속 배당 관련 내용이 바뀌면 신규 자금 유입이나 고배당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길게는 이달 말까지 관세 관련 노이즈가 증시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며 "관세 노이즈가 일시적인 주가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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