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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원에 최고위 주고 표결권 확대…'정청래 시대'에 힘 빠지는 대의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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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취임 이후 ‘평당원 중심 정치’를 강조하면서 대척점에 선 대의원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정 대표 입장에선 당원 여론과 ‘팬덤 정치’가 내년 전당대회를 좌우할 것이란 판단이 자리한 셈인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조직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따른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부터 오는 20일까지 평당원 중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을 뽑는 ‘나는 최고다’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다. 중앙당 및 시·도당의 위원장급 당직을 맡은 적 없는 권리당원 중 선출직·임명직 공직 경력이 없는 이들이 대상이다. 사실상 당원 115만 명 중 ‘정치 신인’이라면 누구든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류·면접 등을 거쳐 마지막엔 전당원 투표도 예고했다. 이는 정 대표가 지난 2일 전당대회 후 대표직에 오르며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은 평당원으로 뽑겠다”고 밝힌 것의 후속 조치다. 당시 정 대표는 박찬대 의원을 상대로 대의원 투표에선 밀렸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66.48% 지지를 확보해 승리했다.

평당원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의원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는 추세다. 정당의 대의원은 중앙당의 결정과 정책을 지역에 알리고 설득하는 정당 조직의 중추다. 자연히 평당원(1표)보다 의결권(17표)이 많다. 하지만 정 대표는 최근 “모든 법을 지배하는 헌법에선 평등 선거를 하라고 적어놓고 있다”며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의원과 평당원이 1표씩 동등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의원 힘을 빼는 시도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를 역임하던 시절부터 지속한 흐름이다. 2023년 당시 이재명 대표는 비명계(비이재명계) 반발에도 “민주화 측면에서 당원 의견이 반영되는 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대의원 의결권을 60표에서 20표 미만으로 줄이는 작업에 힘을 실었다. 팬덤 정치 가속화와 함께 이른바 ‘개혁의딸(개딸)’의 입김이 현역 국회의원·대의원들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강해지자 나타난 변화였다. 이 대통령의 잔여 임기 1년을 이어받은 정 대표로서도 내년 당대표 연임을 위해선 이 같은 권리당원의 지지세 유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문제는 대의원제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 조직력을 유지하던 대의원의 영향력이 줄면, 지지세가 낮은 선거구의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 당 안팎의 우려다. 한 대의원 출신 여당 관계자는 “이러다 대의원제가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많다”며 “당의 의사결정이 매번 인기 투표로 흐를까봐 걱정된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평당원 최고위원 준비단장을 맡은 장경태 의원은 “대의원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편할 수 있도록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5.08.15(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