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24일부터 26일까지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두 정상은 변화하는 국제 안보 및 경제 환경에 대응해 한미 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강화해 나가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 구축과 비핵화 공조 방안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타결된 관세 협상을 바탕으로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 제조업을 포함한 경제 협력, 경제 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협의할 예정이다. 이번 방미는 ‘공식 실무 방문’의 성격을 띤다. 국빈 방문 또는 공식 방문과 달리 환영식 없이 정상 간 관심 있는 의제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갖는 데 초점을 둔 방문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백악관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및 업무 오찬, 기타 일정에 대해선 확정되는 대로 공지할 예정이다.
이번 방미엔 재계 총수 등 경제사절단도 동행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이 방미에 동행하는 안이 유력하다. 미국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이들 기업인은 이번 관세 협상을 체결하기 위해 물밑에서 미국 정재계와 소통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화그룹이 인수한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강 대변인은 “(조선소 방문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한화필리조선소는 관세 협상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최전선 기지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협상에 서명하기 직전인 지난달 30일엔 존 펠런 미국 해군성 장관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등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 수십 명이 이 조선소를 찾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후 SNS에 “이재명 대통령이 2주 내 백악관을 방문해 양자 회담할 때 추가 투자금액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의 현안이 산적한 데 따라 회담 시기를 25일로 합의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2주 내’라고 언급한 것은 그가 즐겨 쓰는 ‘정치적 수사’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선호하는 시간 단위”라고 보도한 바 있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2주 내가 정확한 시한이라고 보기 어렵고, 실무적으로 조율하는 과정에서 (정상회담 날짜가) 정해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의제를 고르고,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테이블에선 주한미군 역할 조정 등 한미동맹 현대화가 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등은 그동안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줄기차게 시사해왔다. 돌발 언행을 즐겨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성상 회담에서 즉석에서 소고기·쌀 등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미국에 방문하기 전 일본을 먼저 들러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도 있다. 강 대변인은 “셔틀 외교를 재개하는 등 양국의 교감 속에 정상 간 만남이 있으면 어떻겠냐는 공감대를 갖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