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18년 차. 걸그룹 소녀시대로 K팝 인기의 선봉에 섰던 임윤아는 아직도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의심을 한다고 했다. "눈앞에 주어진 것을 완벽히 해 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커요. 그게 쌓여 잘 걸어가고 있는 것처럼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모든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후회하거나 미련 같지 않죠. 아쉬운 부분도 성장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꽃사슴'이라는 오랜 별명처럼 임윤아는 선하고 아리따운 이미지 그대로 서른 여섯살이 됐다. 그는 "어른이 되는 건 참 어려운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20대 때는 경험으로 이루어 나갈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험에 의한 해결법이 보였거든요. 30대 이후로는 책임감 있게 선택해 나가고 걸어 나가야 하는 부분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 선택은 자신을 알아야 명확해지는 것 같고요. 그래서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많았죠."
요즘 임윤아는 '소녀시대 윤아'가 아닌 '자연인 임윤아'의 모습을 찾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연예인 윤아와 사람 임윤아를 분리한다고 생각진 않지만, 타인의 시선에 의해 선택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바라보는 것이 어떤 게 있을까 하나씩 고민해 나가니 '이게 성숙해지는 건가'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가장 큰 고민은 연속적으로 코믹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있었다. 영화 '공조' 시리즈를 시작으로 942만 관객을 동원한 코미디 영화 '엑시트'로 관객들의 눈도장을 받았던 터다. 개봉을 앞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도 코미디물이다.
"코미디가 가미된 작품들을 많이 보여드리다 보니 제가 가진 모습이나 색깔에 한계가 생기진 않을까 싶었어요. 이제는 다른 분위기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하지만 성숙해지는 과정을 건너뛰고 어떤 지점에 도달한 모습만 보여드리면 낯설어하거나 이전의 모습에 머물러 계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혼자만의 길을 걸어 나가는 게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드리며 걸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윤아는 스스로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악마가 이사왔다'를 통해서 꺼낸 또 다른 색깔은 무엇일까. 그는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동화 같다고 생각했다"며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그 느낌이 잘 담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임윤아는 낮에는 정셋빵집을 운영하고 새벽에는 악마로 깨어나는 '정선지'로 분했다.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인 외적 변신은 물론 한층 업그레이드된 코미디 연기로 관객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할 전망이다. 임윤아는 "'낮 선지'가 파스텔톤 이라면 '밤 선지'는 원색 계열"이라며 "표현할 수 있는 폭이 자유롭고 거침없이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나중에 보고 나서 후회하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최선을 다해 역량을 끌어낸 느낌이죠. 이렇게 신나고 자유롭고, 과감하고 과장된 표현은 처음이었습니다. 부담감보다는 에너지가 큰 캐릭터를 처음 해보는 거라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함이 가장 큰 작품입니다."

영화의 흥행에 관해 묻자 임윤아는 "잘 되면 너무 좋겠다. 숫자도 많이 오르면 좋을 것 같긴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분들이 저희 영화에서 진심을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며 "감독이 이 영화에 담고자 했던 진심과 메시지가 관객에게 닿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엑시트'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조정석이 '좀비딸'로 200만 관객을 모으며 선방 중이다. 임윤아는 "'좀비딸'을 재밌게 보신 분들이 '악마가 이사왔다'도 한 번 볼까 하고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다"며 "6년 전 여름에 한 작품에서 만난 조정석이 올여름엔 각자의 작품으로 나란히 인사를 하게 돼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먼저 개봉해서 잘 이끌어 가시고 계신다. 그 힘으로 저희도 잘 따라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