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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 속속 연기…금융지주 밸류업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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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 제고계획 흔들리나

배당가능이익 상법상 제약 간과
JB금융 이어 KB금융도 미뤄

정부는 상인 등 상생 금융 강조
CET1 관리에 부담 느낄 수도

금융지주들이 미처 계산하지 못한 재원 부족 문제로 자사주 매입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앞다퉈 주주환원 확대를 약속했지만, 배당가능이익이라는 상법상 제약을 간과한 채 속도전을 펼친 탓이다. 손쉬운 ‘이자 놀이’ 대신 기업에 자금 투입을 늘리라는 정부 요구로 자본 비율 관리까지 까다로워지면서 당초 약속한 주주가치 제고 계획이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달 24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전략의 일환으로 자사주 8500억원어치를 매입·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올해 배당가능이익 한도 때문에 1900억원어치는 내년에 취득해 없애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배당가능이익은 전년도 이익잉여금 중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쓰이지 않고 남은 금액을 말한다. 현재 상법에서는 배당가능이익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도록 돼 있다.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가 배당가능이익이 부족해 자사주 매입을 다음해로 미룬 것은 지난해 JB금융(310억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KB금융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밸류업 계획에 따라 올해 보통주자본비율(CET1) 13%를 초과하는 자본은 모두 주주환원에 쓰기로 했다. 그런데 CET1(6월 말 13.74%)이 예상 이상으로 오르면서 준비된 재원만으로는 약속한 규모로 주주환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은행과 증권 등 계열사 중간배당 등을 통해 배당가능이익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190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이 해를 넘기더라도 이 내용과 별도로 내년 주주환원 규모를 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 때문에 주요 주주 지분율이 상승해 법에서 허용하는 한도를 넘길 수 있다는 문제도 여전하다. 삼양사는 6월 30일 JB금융 주식 12만5000주를 처분해 지분율을 14.37%에서 14.30%로 낮췄다. JB금융의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지분율이 금융지주회사법상 한도인 10%(지방금융지주는 15%)를 넘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OK저축은행도 같은 이유로 지난달 8일 계열사인 OK캐피탈에 iM금융 주식을 매각해 지분율을 9.7%에서 7.92%로 떨어뜨렸다.

정부가 혁신기업과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에게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라고 요구해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교적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 대출을 대거 늘리면 주주환원 기준이 되는 CET1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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