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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부담스러운데…' 일찌감치 '조국 사면론' 띄운 이유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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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일각서 '조국 사면' 언급 잇따라…친명도 가세
정권 초 부담감에도 계속되는 '조국 사면'
반복 노출로 여론 무장 해제?…'노출 전략' 분석도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특별 사면 요구가 여권에서 계속되고 있다. 내달 7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를 앞두고 친문재인계 인사들은 물론 친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들도 조국 사면을 언급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 전 대표 사면론은 친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본격화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조국 사면을 통해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고, 한병도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조 전 대표는) 과도한 검찰력 행사의 대표적 사례"라며 사면 필요성을 주장했다.

여기에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가세해 1일 SBS 라디오에서 "조국혁신당에서는 대통령 후보를 내지 않고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얼마나 기여했냐"면서 "사면 복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친명계 핵심인 김영진 의원도 "윤석열 검찰에 의해 진행됐던 잘못된 정치 수사와 처벌에 대해서는 새롭게 바라보면서 원상회복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고 했다.
◇정권 초기 '정치인 사면'은 언제나 부담
하지만 대통령실은 조 전 대표 사면 논의에 진작에 선을 그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정치인 사면에 대한 검토를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국 사면에 대해 (당내에서) 전혀 논의한 바가 없다"며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고 고도의 정치 행위다. 판단은 우리 몫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권 초기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정권 교체의 발단으로도 꼽히는 '조국 사태'의 주인공을 사면할 경우 여론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임 정권에서도 여야 견해차가 큰 주요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윤석열 정권의 경우 정권 초기부터 일부 여권을 중심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가 있었지만, 첫 8·15 광복절 특사 대상에서는 제외됐었다. 야권에서 사면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국정 리스크 등을 고려한 조처였다. 이 전 대통령은 정권 출범 2년 차인 2023년 1월에 신년 특사 대상이 됐다. 그마저 '여야 형평'을 내세우기 위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형집행정지 결정'과 함께였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총 4번의 특사를 단행했는데, 주로 생계형 범죄자와 집회·시위 참여자 등이 대상이었다. 다만 2018년 신년 첫 특사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포함돼 야권과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강한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여론 반응 바꾸는 '반복 학습' 전략?…'점차 무뎌질 것'
정치인 사면은 '시기'와 '명분'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조국 전 대표에 대한 사면 역시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정권 초기에 단행할 사안은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화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는 평가다.

그런데도 여권이 ‘조국 사면론’을 일찍이 띄우는 것은 여론의 감도를 낮추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복 노출을 통해 정치권 안팎에서 '충격 요법'을 무디게 만들고, 특정 시점에 명분을 확보한 뒤 실질적 논의로 이어가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처음엔 '이르다'는 반응이 대세지만, 계속 사면 얘기가 나오면 어느 순간부터 그 자체가 익숙해지고 정당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정권에서도 정치적 부담이 큰 인물일수록 사면은 미리 여론의 물꼬를 트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 조국 사면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향후 정권 운영의 방향성과 정치적 셈법,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통합 메시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주요 정치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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