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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상대적 손해'…관세협상 실망에 車·부품주 '줄하락' [관세협상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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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관세협상 발표 이후 주요 완성차기업과 자동차부품 기업들 주가가 줄줄이 내렸다. 일본·유럽연합(EU)산 자동차 등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자동차업계엔 결과적으로 기존 대비 손해인 협상 결과가 나온 까닭에서다.
현대차·기아 주가 하락…부품주도 줄줄이 밀려
31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현대차는 4.48% 내린 21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기아는 7.34% 내린 10만23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기아차 부품기업들도 대부분 주가가 내리막을 탔다. 조향장치 기업 화신은 7.29% 내렸다. 연료시스템 부품업체 코리아에프티(-6.69%) 차제부품업체 성우하이텍(-5.99%), 내외장재와 시트 생산업체 서연이화(-5.63%), 제동·조향장치 업체 HL만도(-4.26%) 등이 줄하락했다. 모듈·부품제조사 현대모비스는 3.92%, 엔진을 생산하는 현대위아는 4.136%씩 각각 주가가 하락했다.
韓, FTA 국가인데… 'FTA 미체결' 日·EU와 동일한 관세율
이들 기업은 한미 관세 협상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줄줄이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은 미국과 관세협상에서 대미 수출 자동차 품목관세를 15%로 합의했다. 지난 4월부터 적용받던 25% 관세를 10%포인트 낮췄다.

관세 수준이 낮아지긴 했지만,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는 반영하지 않은 아쉬운 결과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은 올초까지는 한미 FTA에 따라 대미 수출 자동차에 대해 0% 관세를 적용받았다. 반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과 유럽연합(EU)는 각각 대미 수출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적용했다. 그간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한 것은 0% 관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덕도 상당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달 말 관세 협상을 통해 한국산 자동차는 일본, EU와 동일한 15%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일본과 EU는 각각 올초 기준 2.5%에 추가 12.5%를 적용했고, 한국은 미국의 ‘일괄 15%’ 관세 적용 방침에 따라 품목관세율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자동차가 비 FTA 국가인 일본·EU 자동차와 같은 관세율을 적용받으면서 상대적 가격 경쟁우위 요소가 사라진 셈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브리핑에서 “한국은 FTA를 고려해 자동차 품목별 관세를 12.5%로 주장했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로 본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미국과의 비관세 장벽 관련 논의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 “한국이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썼다.
“현대차, 미국과의 별도 협상 가능성도”
작년 기준 대미수출액 중 자동차는 연간 27%를 차지해 단일 품목으로는 비중이 가장 크다. 금투업계에선 품목관세 적용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 등의 연간 실적이 일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를 적용받아 차량 가격을 올리면 그만큼 판매량이 줄고, 차량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줄어서다. 관세 적용을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생산을 늘릴 경우에도 국내 생산에 비해 고정비가 높아져 수익성이 떨어진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등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현지 판매가격을 올리는 등의 노력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다만 밸류에이션이 회복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올초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한 현대차가 미국과의 자체 협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0일 미국으로 출국했고, 앞서 폭스바겐도 EU와 미국간 관세협상과는 별개로 미국 정부와 자체 협의해 관세를 줄이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현대차그룹이 미국 정부와 별도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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