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의 관세협상 발표 이후 주요 완성차기업과 자동차부품 기업들 주가가 줄줄이 내렸다. 일본·유럽연합(EU)산 자동차 등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자동차업계엔 결과적으로 기존 대비 손해인 협상 결과가 나온 까닭에서다.
현대·기아차 부품기업들도 대부분 주가가 내리막을 탔다. 조향장치 기업 화신은 7.29% 내렸다. 연료시스템 부품업체 코리아에프티(-6.69%) 차제부품업체 성우하이텍(-5.99%), 내외장재와 시트 생산업체 서연이화(-5.63%), 제동·조향장치 업체 HL만도(-4.26%) 등이 줄하락했다. 모듈·부품제조사 현대모비스는 3.92%, 엔진을 생산하는 현대위아는 4.136%씩 각각 주가가 하락했다.
관세 수준이 낮아지긴 했지만,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는 반영하지 않은 아쉬운 결과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은 올초까지는 한미 FTA에 따라 대미 수출 자동차에 대해 0% 관세를 적용받았다. 반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과 유럽연합(EU)는 각각 대미 수출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적용했다. 그간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한 것은 0% 관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덕도 상당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달 말 관세 협상을 통해 한국산 자동차는 일본, EU와 동일한 15%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일본과 EU는 각각 올초 기준 2.5%에 추가 12.5%를 적용했고, 한국은 미국의 ‘일괄 15%’ 관세 적용 방침에 따라 품목관세율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자동차가 비 FTA 국가인 일본·EU 자동차와 같은 관세율을 적용받으면서 상대적 가격 경쟁우위 요소가 사라진 셈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브리핑에서 “한국은 FTA를 고려해 자동차 품목별 관세를 12.5%로 주장했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로 본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미국과의 비관세 장벽 관련 논의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 “한국이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썼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등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현지 판매가격을 올리는 등의 노력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다만 밸류에이션이 회복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