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엔무브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합병 법인은 오는 11월 1일 출범한다. 윤활유와 액침냉각 사업을 하는 SK엔무브는 지난 3년 동안 연평균 91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알짜 회사다. 이번 합병으로 지난해 1조866억원 적자였던 SK온의 적자폭은 8000억원가량 줄어든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온에 투자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 등 재무적투자자(FI)에 원금과 이자를 합친 3조5880억원을 모두 상환해 2026년 상장 압박에서도 벗어나게 해줬다. FI들은 2022년 SK온에 2조8000억원을 투자한 대가로 2026년 상장할 것을 요구해 왔다. SK그룹은 배터리 시장이 궤도에 오를 2030년께 제 값을 받고 SK온을 상장할 전망이다.
SK그룹은 SK온과 SK엔무브 합병으로 상당한 사업 시너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SK엔무브의 액침냉각 기술을 SK온의 배터리와 엮으면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SK는 합병을 통해 SK온의 부채 비율이 251%(1분기 기준)에서 100% 미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30년에는 연간 2000억원이 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추가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은 8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에 나선다. 유상증자를 통해 4조3000억원을 조달하고 7000억원의 영구채 등을 발행하기로 했다. 1조5000억원 규모 비핵심 자산 매각에도 나선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안정적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춘 SK이노베이션으로 거듭나고 주주 이익을 적극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비율 250%→100%로 개선…배터리·액침냉각 시너지도 기대
SK그룹 고위 임원은 30일 SK온이 SK엔무브를 품고, 그룹 전체적으로 8조원의 자본을 확충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핵심은 대규모 적자로 SK그룹을 코너로 몰아넣은 SK온에 알짜 회사를 붙여주는 식으로 자금 부담을 없애준 것이다. 여기에 SK온에 2조8000억원을 투자한 대가로 2026년 상장을 요구해 온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을 모두 갚아 상장 압박도 풀어줬다.
SK그룹은 연내 SK온을 흑자로 돌려세운 뒤 배터리 업황이 좋아지는 시기에 제값을 받고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시점에서 합병 법인에 대해 IPO 계획은 없다”며 “향후 여러 가지 상황이 되면 (IPO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는 FI 투자금을 다 갚은 만큼 상장 부담을 떨쳐내게 됐다. 업계에선 전기자동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드는 2030년 전후로 상장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엔무브와의 합병으로 SK온의 살림은 대폭 좋아지게 됐다. SK엔무브가 지난 3년간 연평균 919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알짜 회사여서다. SK온은 같은 기간 연평균 9130억원의 적자를 냈다. SK온의 실적은 지난해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엔텀을 합병한 뒤 점차 나아지고 있다. 지난 1분기에 적자 폭(1633억원)을 1년 전의 절반으로 줄인 데 이어 2분기엔 소폭 흑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배터리 사업을 매개로 한 사업 시너지도 기대된다. 장 사장은 “핵심 사업 영역에서 고객군을 함께 활용할 수 있고 액침냉각과 배터리를 묶은 패키지 사업 등 신규 시장 진입도 가능하다”며 “양사 합병의 시너지로 2030년 2000억원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석유·화학, 배터리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전기화 시대를 준비하기로 했다.
김진원/안시욱/김우섭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