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컬렉션 중에서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뭔가요?"(인도인 바이어)
지난 28일 서울 명동에 있는 헤지스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매장은 헤지스의 2026년 봄·여름(SS) 시즌 컬렉션을 보러 인도, 러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으로 북적였다. 이들은 일반 관관광객이 아니라, 헤지스의 신규 컬렉션을 수입하기 위해 온 해외 바이어들이었다. LF 관계자는 “K패션 인기로 헤지스 상품을 현지에 선보이려는 글로벌 바이어의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토종 프리미엄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가 올해 매출 1조원 돌파를 노리고 있다. 한때 ‘폴로 랄프로렌’ ‘타미힐피거’ 등 글로벌 브랜드에 밀렸지만,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으며 매출이 늘고 있다.

30일 LF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약 2주간 진행되는 헤지스 26SS 컬렉션 수주회에 국내외 바이어 200여 명이 방문했다. 헤지스가 진출한 중국, 대만 등 중화권뿐 아니라 인도, 베트남 등에서도 신규 컬렉션을 보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 LF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해외 바이어 상담은 사무실에서 이뤄지는데, 이번엔 매장에서 직접 컬렉션을 접하는 등 자연스럽게 브랜드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설립 25주년을 맞은 헤지스는 ‘K프레피룩’을 표방하는 브랜드다. 1920년대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명문 로잉 팀이었던 ‘헤지스 클럽’에서 이름을 차용해 영국 엘리트 패션에 한국 감성을 녹였다. 2010년대 초반 국내에서 폴로 등 글로벌 브랜드에 밀려 입지가 애매했지만 중국 등 해외 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현재 헤지스는 중국(580여 개), 대만(20여 개), 베트남(10여 개), 러시아(2개) 등 해외에서 6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100여 개)보다 많다.

최근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출도 가파르게 늘었다. 헤지스 매출은 2023년 8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해외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LF 관계자는 “헤지스는 영국 패션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K패션 특유의 비비드한 색상과 꼼꼼한 마감 등으로 해외에선 한국 브랜드로 인식된다”며 “해외 바이어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한국에서 어떤 상품이 잘 팔리냐’다”고 했다.
헤지스는 올해 매출 1조원 돌파를 목표로 신규 컬렉션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주력이었던 남녀 캐주얼 라인에 키즈와 펫 라인을 더한 것이다. 최우일 LF 헤지스 사업부장은 “글로벌 패션 소비 문화가 가족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패밀리 라인업을 강화했다”며 “세계적인 이상기후를 반영해 고온다습한 날씨에 맞는 기능성 소재를 도입하고, 소재도 세분화했다”고 했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디자인 과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