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아들을 사제총기로 격발해 살해한 60대 아버지가 구치소로 이송되기 전 모습을 드러냈다.
살인과 총포·도검·화약류등의안전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조 모 씨(62·남)는 30일 오전 9시쯤 인천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기 전 논현경찰서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조 씨는 '아들 왜 살해했나', '아들 살해한 거 후회하나', '아들 가족들까지 살해하려고 한 것 맞나', '가족 내에서 소외감 느껴 범행 저지른 것 맞나' 등의 취재진 질문을 받았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조 씨는 호송줄에 묶인 채 연행돼 호송차에 올랐다.
조 씨는 지난 20일 오후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 A 씨를 격발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곳은 A 씨의 집으로 당시 조 씨의 생일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당일에는 조 씨와 A 씨, A 씨의 아내, A 씨 자녀 2명, 외국인 가정교사 등 총 6명이 있었다.
경찰은 조 씨가 A 씨뿐만 아니라 나머지 가족들도 살해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고 살인미수 혐의도 적용했다.
조 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 자택에 시너가 든 페트병·세제·우유 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를 설치해 폭발시키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조 씨가 이혼 이후 고립돼 점점 망상과 착각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조 씨는 지난 1998년 범죄를 저질러 수감되면서 아내와 이혼했지만, 어린 아들 양육을 위해 가족과 함께 생활하다 지난 2015년 아들이 결혼한 뒤부터 혼자 산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전처와 아들은 장기간 직업이 없었던 조 씨에게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신비와 연금, 생일 축하금과 공과금, 수리비 등 지원을 계속한 건 물론, 환갑잔치를 함께하고 기념일마다 만남을 이어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런데, 조 씨는 이혼 후에도 가족과 함께 사는 과정에서 여전히 화목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또 가족들의 경제력에 의지해 혼자 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존감을 잃고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망상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조 씨는 이 같은 망상에 범행을 후회하거나 반성하지도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씨는 지난해 8월쯤부터 부품을 구매해 사제 총기를 제작하는 등 1년 가까이 범행을 준비해 왔으며 범행 당일 아들에게 두 차례 총격을 가한 뒤, 달아나는 가정교사를 집 밖의 비상구 복도까지 쫓아가며 공격했다. 하지만 총탄이 빗나가거나 불발됐고 이후 조 씨가 집으로 돌아와 숨어있는 며느리에게 소리를 치며 위협하다 경찰에 신고하는 소리가 들리자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조 씨의 도주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신고 70분이 지나서야 진입하는 등 초동 대처가 부실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