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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GA' 수십조 패키지 꺼낸 한국…김동관 美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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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兆 규모 조선업 협력 제안

한화 부회장, 협상단 합류해 지원
무기·농산물도 협상 테이블에

트럼프 "협상 못한 나머지 국가
관세 범위 15~20% 될 것"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미 통상 협상의 한국 측 대표단에 합류했다. ‘한·미 조선 협력 카드’의 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이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한국은 제조업 협력 패키지, 미국산 무기 구매,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등 가능한 모든 카드를 테이블에 올리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이날 정부의 대미 관세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협상 시한인 다음달 1일까지 미국 현지에 머물며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통상 협의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김 장관은 지난 25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뉴욕 자택에서 이뤄진 협상에서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한·미 조선산업 협력 구상을 설명했다. 한국 민간 조선사의 대규모 현지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대출, 보증 등 금융 지원이 포함됐다.

한화그룹은 MASGA 프로젝트의 핵심축이다. 지난해 12월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추가 투자와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 조선업 협력 방안을 정부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이 막판 협상 과정에서 조선소 추가 인수나 투자 규모 확대 등 새로운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회동한 뒤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EU산 제품에 15%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항공기·반도체 장비 등 일부 전략 품목에는 상호 무관세가 유지되며, 철강·알루미늄 품목관세 50%는 계속 부과된다. EU는 관세 인하 대가로 미국산 에너지·군수물자 구매에 7500억달러, 대미 추가 직접 투자에 6000억달러를 쓰기로 약속했다.

일본에 이어 EU까지 15% 관세로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한국도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이들 수준까지 내려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관세가 15%를 넘어가면 가격 경쟁력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관세협상 전인) 나머지 국가들의 관세는 15∼20% 범위일 것”이라고 밝혔다.
민관 원팀으로 '美 조선업 부활 패키지' 제안…러트닉도 큰 관심
한화 김동관 부회장 미국행…"車 관세 日·EU보다 낮아야"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수천억달러의 대미 투자와 자국 시장 개방을 조건으로 상호·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투자+시장 개방’ 조합이 사실상 관세 감축의 표준 패키지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도 이 틀 안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제조업 협력, 1000억달러 이상 대미 투자, 농산물 또는 데이터 시장 개방을 포함한 패키지를 앞세워 막판 협상에 나섰다. MASGA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미국을 찾았다.

◇‘MASGA’로 설득 나선 韓
일본과 EU는 관세를 낮추기 위해 각각 5500억달러와 60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정부도 대미 투자액 산정을 고심 중인 가운데 제조업 협력 카드를 통해 ‘양보다는 협력의 질’로 미국 측을 설득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MASGA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한국 조선사들의 미국 현지 투자와 금융·보증 지원 등을 담은 협력 패키지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5일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자택을 찾아 직접 설명해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은 MASGA 프로젝트의 핵심축이다. 한국 조선 3사 중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미국 내 직접 투자를 진행 중인 유일한 조선사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미국 조선사와의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 등 소프트웨어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약 1380억원)에 인수해 미국 내 생산 거점을 가장 먼저 확보했다. 한화그룹 측은 정부에 최소 수천억원의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추가 투자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이번주 내내 미국에 머물면서 정부 협상 상황에 따라 추가 투자 여부 등을 빠르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통상협상을 하기 위해 29일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8일 미국 협상단 일정에 맞춰 영국 스코틀랜드를 찾는 등 막판 총력전을 벌였다.
◇“車 관세 ‘12.5%’가 마지노선”
산업계는 15% 상호관세가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굳어진 가운데 자동차 관세만큼은 일본·EU보다 낮은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과 EU산 자동차는 기존에 2.5% 관세를 적용받았지만, 한국산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시장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다. 한국이 15%의 자동차 관세를 수용하면 사실상 역차별이 된다는 지적이다. 최강일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FTA 체결국인 한국은 자동차 품목만큼은 최소 12.5% 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 이어 EU도 15% 자동차 관세에 합의하자 국내 완성차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 차는 동급 유럽·일본 차보다 평균 5% 안팎 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아왔지만, 관세가 역전되면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미국 수입차 시장은 한국(143만 대), 일본(137만 대), EU(75만8000대)가 3강 체제를 형성했다.

현대차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는 미국 현지 판매가가 2만2125달러로 경쟁 모델인 폭스바겐 제타(2만2995달러)보다 3.9% 저렴하다. 그러나 EU산 차량의 관세가 더 낮아지면 가격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고급 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허정 국제통상학회장은 “EU는 동유럽 제조 기반을 앞세워 대미 수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며 “관세 구조가 고착되면 ‘차이나 쇼크’에 준하는 ‘EU 쇼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우섭/하지은/김리안/김보형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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