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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빈민 구호 힘쓴 일본인 노무라 모토유키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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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94세…평화의 소녀상 찾아 속죄하기도


1970년대 청계천에서 빈민 구호 활동을 펼쳤던 일본인 사회운동가이자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 씨가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4세.
28일 푸르메재단에 따르면 노무라씨는 악성 림프종 진단을 받고 지난달부터 입원해 치료받다 지난 26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식은 치르지 않는다.

노무라씨는 고(故) 제정구 전 의원과 함께 청계천변에서 빈민들을 위한 봉사 활동에 반평생을 힘써왔다.

그는 1958년 한국에서 일제의 식민 지배 잔재와 6·25전쟁의 후유증을 목격한 한 뒤 반성과 속죄의 마음을 안고 1973년 다시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청계천 빈민가의 참상을 목격하면서 어머니가 물려준 도쿄의 자택까지 팔아 빈민 구호에 나섰다.

당시 고인이 청계천 빈민을 위해 지원한 돈은 7천500만엔(한화 약 8억원)에 달한다고 푸르메재단은 설명했다.


노무라씨는 청계천과 동대문시장, 구로공단 등 한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당시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 자료 2만 점을 2006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2년에는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마련된 '평화의 소녀상'에 무릎을 꿇고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속죄했으며, 이후 일본 우익 세력으로부터 여러 차례 살해 협박을 받았다.

2009년부터는 푸르메재단을 매년 찾아 장애어린이와 그 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생활비를 아껴 모은 돈을 기부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건립을 도왔다.

노무라씨의 아들 마코토(眞理)씨는 "아버지는 수입이 줄어든 노후에도 조금씩 저축해 기부를 계속했다"며 "스스로를 낮추면서 성경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을 날마다 실천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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