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정부안을 확정했다. 노조법상 ‘사용자’의 정의를 ‘실질적·구체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넓혀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 노동자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쟁의행위(파업) 대상을 ‘근로조건’에서 ‘경영상 결정’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고용부는 ‘노조법 2·3조 개정 정부안’을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지난주 노동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긴급 수렴해 정부안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논의를 거쳐 다음달 4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부안에는 핵심 쟁점인 사용자 정의(제2조 2호) 확대뿐 아니라 노동쟁의의 정의(제2조 5호) 확대도 포함돼 경영계의 우려가 더 크다. 현행법상 쟁의행위 대상은 ‘근로조건’에 한정되는데, 개정안은 이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포함했다. 이 조항이 원안대로 통과하면 임금 인상뿐 아니라 회사의 구조조정, 생산공정 해외 이전, 해외 생산시설 투자 등도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혼란 줄이려 1년 유예한다지만 추가 개정 예고에 경제계 '한숨'

정부안은 또 노조법 제2조 5호(노동쟁의 정의)도 개정해 쟁의 대상 범위를 기존 ‘근로조건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판단’으로 넓혔다. 임금 등 근로조건 외에도 공장 해외 이전, 외주화, 정리해고 등 기업의 경영상 판단까지 파업 사유가 된다는 의미다. 경영계 관계자는 “경영상 판단 하나하나 노조 허락을 받으라는 뜻”이라며 “산업 현장에서 파업과 법적 분쟁이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은 ‘대법원 판결’을 준용해 개정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현대차 불법 점거 사건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노조원별로 달리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판결 직후 “판결 이후에도 기업은 위법한 쟁의행위에 가담한 피고들을 상대로 전체 손해를 입증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책임 비율은 법원이 정한다”고 설명했다. 입증 책임을 기업에 지우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기업들이 각 조합원의 책임 비율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경영계는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한 사업장에 노조가 여러 개 존재(복수노조)할 경우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대표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 그러나 사용자 개념이 원청까지 확대되면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할지, 원청과 원·하청 노조가 공동 교섭을 할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2조, 3조 개정만으로는 입법의 완결성이 떨어진다”며 “추가 노조법 개정과 시행령 입안 등 후속 조치가 필수”라고 말했다. 정부는 ‘실질적 지배력’ ‘경영상 결정’ 등 불분명한 사항의 판단 기준은 시행령이나 지침(가이드라인)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곽용희/강현우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