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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5500억弗 주고 '관세 15%'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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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무역협상 타결

쌀·특정 농산물·트럭 개방
출자·융자방식 투자 약속
일본산 車 관세도 15%로

韓도 25일 '통상 최종담판'


미국이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를 15%로 낮추는 내용의 관세 협상에 22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일본은 관세를 낮춘 대신 총 5500억달러(약 760조원) 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쌀과 자동차 시장을 일부 열기로 했다. 한국과 대미 무역 상황이 비슷한 일본이 먼저 협상을 끝내 우리 정부의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국인 일본과 최소한 비슷한 조건의 합의안을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는 일본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를 완료했다”며 “일본은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이 그 수익의 90%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거래는 수십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 및 특정 농산물, 기타 품목의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5500억달러 투자와 관련해 “정부계 금융기관이 출자·융자·융자보증을 제공하는 것에 합의한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일본 기업이 반도체, 의약품,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미국에 투자하면 일본정책금융공사가 출자와 대출 등으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투자 수익의 90%는 미국에 재투자하겠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쌀 시장과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연 77만t의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안에서 미국산 구매량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또 알래스카 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투자를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미·일 간 합의 내용은 우리 측 대미 협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일본과의 합의 내용을 근거로 한국에도 투자 확대와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일본(683억달러)의 81%인 557억달러였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차 ‘2+2 통상협의’를 한다.
트럼프 코드 맞춰…알래스카 LNG 조인트벤처 설립
협상 타결에 닛케이 3.2% 오르고 도요타 15% 등 완성차 주가 급등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5500억달러가량의 거액 투자를 약속하고,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하는 조건으로 기존 25% 관세율을 15%로 낮출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상호관세 15%에 대해 “흑자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들은 대미 1위 수출 품목인 자동차 품목 관세를 25%에서 12.5%로 낮췄다는 점에서 경제적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고 분석했다. 일본산 자동차는 새 품목 관세 12.5%에 기존 관세율 2.5%를 더해 총 15% 관세를 물게 된다. 23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2% 상승했다. 도요타자동차가 15% 넘게 오르는 등 완성차 기업 주가가 모두 뛰었다. 지난해 일본 기업이 미국으로 수출한 자동차는 6조261억엔(약 58조8600억원)어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으로 공화당 의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과 관련해 일본이 미국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설립 방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는 알래스카를 종단하는 길이 1400㎞ LNG 가스관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일본과 한국의 참여를 종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자동차 및 트럭 시장 개방을 언급했지만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필리핀에도 기존에 발표한 상호관세 20%보다 1%포인트 낮은 19%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협상을 마친 인도네시아(19%), 베트남(20%)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대훈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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