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자민당에서 이시바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국민 여론이 악화하고 있어 이시바 총리가 계속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후 일본 언론에선 이시바 총리가 퇴진할 것이란 보도가 줄을 이었다. 요미우리는 “미·일 관세 협상 타결을 근거로 (이시바 총리가) 퇴진 의향을 굳히고 주변에 (의향을) 전했다”며 이달 퇴진 방침을 밝히는 방향이라고 보도했다. 최대 현안인 관세 협상의 윤곽이 잡힌 만큼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민당 내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확산한 것도 이유로 지목됐다. 자민당이 작년 10월 중의원(하원) 선거, 올해 6월 도쿄도의원 선거에 이어 이달 참의원 선거까지 주요 선거에서 세 번 연속 졌으니 ‘스리 아웃 체인지’(삼진 아웃)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자민당 의원은 선거 책임을 묻기 위한 양원(중·참의원) 의원 총회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또 다른 일본 유력 언론인 마이니치신문은 이시바 총리의 퇴진 표명 시점을 8월 말까지로 관측했다. 마이니치는 “자민당은 다음달 선거 패배 원인 등을 검증할 계획인데, 이 결과를 근거로 이시바 총리가 퇴진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민당 집행부는 당초 이달 31일로 예정한 양원 의원 간담회를 29일로 앞당겨 참의원 선거 검증을 시작한다.
이 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이달 물러나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 선거가 치러지지만 ‘소수 여당’인 상황에서 자민당 총재가 총리가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총리 지명을 놓고 야당과 협의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퇴진할 경우 다음달 이후 표명을 검토 중”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전직 총리 3명과 면담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사임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했다. 그는 “정책 과제 대응을 서두르기 위해 정치 공백을 만들 수 없다”며 총리직 수행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어 “강한 위기감을 공유했고, 당의 분열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등 여러 얘기를 나눴다”며 본인 거취에 관해선 일절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시바 총리 퇴진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는 관측이 많다. 자민당 내 거센 반발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정리된 만큼 당내에서 연임을 호소할 명분이 사라졌다”며 “관세 합의에 따른 미·일 정상회담 가능성과 다른 정치 일정을 고려해 퇴진 표명 시기 및 퇴진 일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가 퇴진하면 한 달 안에 자민당 총재 선거가 실시되고, 신임 총재는 총리 지명 선거에 나선다. 야당이 뭉치지 못하면 자민당 총재가 총리가 된다.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땐 역대 최다인 9명이 출마했다.
새 총리 후보로는 작년 이시바 총리와 총재 선거 때 경쟁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등이 거론된다.
요미우리는 21∼22일 여론조사 결과 자민당 중심 정권이 유지될 때 가장 적합한 차기 총리로 응답자 중 26%가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을 꼽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22%로 뒤를 이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