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투자은행 제프리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다국적 제약사가 체결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 중 18%가 중국 바이오 기업과 이뤄졌다. 전년(17%)보다 높아지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라이선스 계약은 글로벌 제약사가 중국 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초기 단계 신약에 대한 중국 외 지역의 독점 판매권을 확보하고, 신약이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중국 기업이 추가 수익을 얻는 구조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에만 중국 바이오 기업 5곳과 총 136억달러(약 18조원) 규모 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거래를 성사시켰다. 올해 6월에는 CSPC 제약사와 52억달러 규모의 신약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다. 화이자는 중국 3S바이오와 항암제 개발을 위해 60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으며 이 의약품은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중국 바이오 기업 주가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항셍바이오테크지수는 올해 들어 79% 상승해 항셍지수(24.6%)를 크게 웃돌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을 주목하는 요인은 미국 정부의 의약품 가격 인하 압박과 블록버스터 약품의 특허 만료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공공의료보험을 통한 직접 약가 협상, 가격 인상 상한제를 도입하며 제약사에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은 임상시험 비용이 낮고 기간도 짧아 상대적으로 신약 개발에 유리한 환경을 갖췄다.
미국에서는 국가 안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낸 마크 매클렐런 듀크대 교수는 “중국은 바이오 기술 혁신에서 이미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