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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기업 자율에 맡겼더니…中企 초격차기술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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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 23년간 우수기업연구소 702개 육성

"시장이 원하는 기술, 기업이 알아"
대구 '쓰리아이' 스마트폰만으로
3차원 공간 가상복제기술 개발
광주 '옵티시스' 광통신연구 선도

성공 여부보다 質 향상에 초점
지원금 10억당 매출 25억 성과
5년간 사업화 성공률 60% 육박
산업부 과제 성공률보다 10%P↑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중소·중견기업의 세계 일류 기술개발과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23년간 이어온 독특한 연구개발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과제를 지정해 공모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 자율에 맡긴 ‘자율형 공모’인 우수기업연구소육성(ATC+) 사업이다.
◇ 난도 높은 기술 도전…초격차기술 확보
2017년 창업한 대구의 쓰리아이는 라이다 센서 등 고가 장비 없이도 스마트폰만 장착하면 강사나 크리에이터를 자동 추적해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제품으로, 창업 4년 만에 매출 237억원을 올렸다.

쓰리아이는 현재 ATC+ 사업 덕분에 일본 통신회사 NTT와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전용 360도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활용해 공장 설비나 건물 내부를 촬영하면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한 3차원 가상복제본을 자동 생성하는 기술이다.

정지욱 쓰리아이 대표는 “기술 난도가 매우 높아 회사 자원만으로는 기획 단계에서 중단됐을 가능성이 컸지만 ATC+ 사업을 통해 도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2000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신호의 광전송 제품을 개발한 광주의 옵티시스는 수술 시 세포 변색까지도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광통신 소자 개발에 나섰다. 김희대 이사는 “광통신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ATC+ 사업 덕분에 선도기술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TC+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KEIT가 우수기술연구센터(ATC)협회를 통해 23년째 지원하고 있다. 기업 스스로 연구 주제를 제안하고 수행하도록 하는 상향식 연구개발 방식이다. 연구개발 분야를 지정하는 대부분의 지정 공모형 방식과 차이가 있다.

연구비도 연간 5억~6억원 한도로 최대 4년간 지원해 기업의 도전과 개발 의욕을 높였다. KEIT는 지금까지 우수기술연구소 702개를 지정했다.
◇ 연구소 질적수준 향상에 초점
ATC 기업의 모임인 ATC협회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종료된 192개 ATC 사업 성과를 분석한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사업화 성공률은 58.9%(116건)로 산업부 전체 과제 성공률 46.8%보다 12.1%포인트 높았다. 지원금 10억원당 매출은 25억원으로 두 배, 고용 창출은 8.28명으로 네 배 가까이 많았다.

이재정 ATC협회장은 “시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은 기업이 가장 잘 안다”며 “한국 세계일류상품 625개 중 108개(17.3%)를 ATC 기업이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EIT는 2020년부터 해외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했다. 지원 효과가 높은 8~30인 규모 기업 연구소를 대상으로 해외 연구인력 인건비, 글로벌 협업을 위한 시설 및 장비까지 지원해 글로벌 협력을 장려하고 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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