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장난감 가게에 대한 추억이 있다. 작은 학교 앞 문방구에서 커다란 장난감 매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장난감 앞에서 무엇을 고를까 고민해보며 설렜던 기억들이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소비를 하더라도 장난감 매장서 직접 장난감을 만져보고 고르며 느끼는 감정은 대체 불가능하다. 장난감 가게가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며 사랑받는 이유다.
장난감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점차 상품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나무 장난감이나 인형 등이 잡화점 한 켠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군인을 인형으로 만든 호두까기 인형이 등장한 시기도 이 때다.

1760년 영국 런던에 문을 연 '햄리스 장난감(Hamleys) 백화점'은 장난감만 전문적으로 취급한 최초의 매장이다. 지금까지도 런던 리젠트가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장난감 가게로 성업중이다. 하지만 1900년대 들어 유럽이 1,2차 세계대전으로 신음하는 동안 장난감 시장은 빠르게 위축됐다.
장난감 소비의 축은 그 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 1950년대 이르러서 미국 경제가 급성장기에 들어서자 대형 장난감 매장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나무, 천 등을 이용한 인형 위주의 다품종 소량 생산 장난감 시장은 플라스틱 대량 생산 체계와 맞물리면서 다양한 장난감을 대량 생산하는 체계로 바뀌었다.
1957년 '토이저러스'가 세계 최초의 슈퍼마켓형 장난감 매장을 내놓은 배경이다. 진열 위주였던 장난감 가게들은 이때부터 '아이들의 시선을 끌 공간'을 만드는 매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장난감 매장의 시초격이라 할 수 있다.

장난감 가게들은 미국 내 텔레비전 보급률이 95%에 달했던 1970년대 들어 성업했다. 특히 텔레비전을 통해 각종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장난감 시장에 새로운 시장성이 부각됐다. 세서미 스트리트, 스타워즈, 위니 더 푸, 배트맨, 슈퍼맨, 바비 인형 등 장난감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이 시기에 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 장난감 가게들은 위기를 맞았다. 온라인 소비 시장이 커지면서 장난감도 저렴한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아이들은 장난감 대신 컴퓨터나 모바일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20년대 들어서도 계속됐다.

하지만 공간의 힘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장난감 가게만이 주는 설레임은 모바일 게임이나 온라인 구매로 대체될 수 없었다.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장난감 가게를 찾는 수요는 여전히 있었다. 문제는 어떻게 방문을 구매로 이어지게 만드느냐다.
최근 장난감 가게들이 빠르게 체험형 매장으로 바뀌는 이유다. 가장 오래된 장난감 가게인 햄리스조차 매장 곳곳에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레고스토어는 가게 내에서 자신만의 레고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가 인기다. 레고 조립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이제 기본이 됐다. 디즈니스토어도 '미니 디즈니랜드'라 불릴 만큼 다양한 포토존과 체험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다.
스타필드의 장난감 가게 '토이킹덤'도 다양한 체험공간으로 한국의 차세대 장난감 가게로 꼽혔다. 아빠들도 좋아할 장난감 라인업을 중간 중간 배치하는 게 요즘 특징이다. 부모도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