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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중 현지인 폭행한 '나라 망신' 직원 퇴사…해고라면 위법? [김대영의 노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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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장서 현지인 폭행
해당 직원, 5일 만에 '퇴사'
해고 조치일 땐 위법 가능성
"실무서 5일 만에 해고 드물어"
주재원이더라도 현지법 위반

베트남 하노이 출장 도중 현지인을 폭행한 세경하이테크 소속 여직원 A씨가 회사에서 '퇴사 조치'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닷새 만에 세경하이테크 현지 법인 세경비나 대표 명의로 된 사과문을 통해 퇴사 사실이 알려졌다. 전성욱 세경비나 대표는 지난 16일 사과문에서 "베트남 당국, 베트남 국민, 한인교민, 당사와 관련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속전속결로 이뤄진 '퇴사 조치'가 정확하게 어떤 형태로 진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세경하이테크가 사직서를 제출받은 것인지, 징계해고를 단행한 것인지를에 대해선 밝히지 않아서다. 회사 측 관계자는 "(A씨 퇴사와 관련해선) 따로 답변은 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베트남인 폭행' 여직원 퇴사, 해고라면 '위법' 가능성
만약 회사가 징계해고를 단행한 것이라면 법 위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징계사유가 발생하고 이를 인지한 뒤 사내 징계위원회를 열어 당사자 소명을 들은 다음 징계해고를 의결하는 과정을 통상 5일 안에 마무리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복수의 전문가들 설명이다.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을 경우 법원에선 징계 자체를 위법한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인사노무업계 일각에선 사직서를 제출받는 형태로 진행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배동희 노무법인 하이랩 대표공인노무사는 "일반적으로 실무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징계해고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5일 만에 퇴사가 이뤄지려면 사직서를 내지 않고선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징계보다 사직서를 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고였을 경우 징계 수위도 법적으로는 분쟁 대상이 될 수 있다. 세경비나 사과문을 보면 A씨는 업무시간이 아닌 퇴근 이후 회사와 관련 없는 베트남 현지인을 폭행했다. 업무 관련성은 전혀 없는 상황.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 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징계할 경우, 취업규칙에 근거 규정이 있다면 1징계 자체는 문제될 가능성이 작지만 징계 수위를 놓고 위법 여부가 엇갈릴 수 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면 형사처벌 가능성도 있는 만큼 징계 사유가 완전히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회사마다 형사처벌을 받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서도 징계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면서도 "형사처벌이 된다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워서 해고는 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재원이었어도 "베트남 노동법상 즉시 해고는 위법"
A씨가 본사에서 파견된 주재원이었거나 현지 법인에서 채용된 직원이었더라도 해고는 위법한 징계 조치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엔 베트남 현지 노동법이 적용되는데 이에 따르더라도 법 위반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통상 주재원은 본사 소속으로 현지 법인에 파견되는 형태가 대다수다. 이때 본사와 관계된 사항에 대해선 한국 노동법이, 현지 법인과 연관된 부분에 관해선 베트남 노동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근로시간처럼 현지 근무와 관련된 내용은 해당 국가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본사가 실질적으로 모든 사항을 지휘·감독하고 있다면 한국 노동법이 적용된다는 견해도 있다.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한 국내 대형 로펌 변호사 B씨는 "베트남 노동법은 직장 내 폭력, 마약 투약 같은 것들이나 사법 절차를 거쳐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즉시 해고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며 "A씨가 현지 법인 소속으로 직장 내 폭행을 했다면 즉시 해고할 수 있지만 여기엔 해당하지 않고 베트남 법원에서 실형 선고를 받아야 즉시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과거 현지 법인 소속으로 근무했지만 사건 당시 본사 직원이었던 데다 현지 공안이 A씨 사건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본격 사법 절차가 진행된 상황은 아니다.

변호사 B씨는 "현재로선 사법 절차가 개시됐다는 언급이 없어 즉시 해고 사유엔 해당하지 않을 것이고 현시점에선 베트남 노동법에 따른 징계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을 것 같다"며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사직을 하도록 권고사직을 한다거나 합의를 통해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직원 일탈, 기업 이미지 실추 전 '해고 불사'하기도
직원 개인의 일탈이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상황으로 번지기 전 법적 분쟁 가능성을 알고도 퇴사 조치를 단행하는 기업들도 없지 않다. 부산의 한 철강회사는 20년 전 발생했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을 퇴사 처리했다. 볼보 딜러사는 같은 사건 가해자로 알려진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한 컨설팅 기업 관계자는 "해고하는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사회적으로 민감도가 높은 논란에 휩싸였을 땐 해고 당사자와의 법적 분쟁과 사적 제재 논란에 대한 우려가 있더라도 빠르게 정리해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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