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 준대형 SUV 아틀라스, 볼보자동차코리아 준대형 SUV XC90, 푸조 준중형 SUV 3008 등이 한국 시장에 출시하며 파격적 가격 정책을 선보였다.
우선 볼보코리아는 이달 국내 인기 차종인 XC90 가격을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인 9900만원으로 책정했다. 미국 1억700만원, 일본 1억 1200만원 등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싼 가격으로, 1억원 미만대로 내려잡았다.
폭스바겐코리아도 아틀라스의 R 라인 7인승 6770만1000원, R 라인 6인승 6848만6000원으로 책정해 경쟁력을 높였다. 현대차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캘리그라피 트림의 시작 가격인 6326만원과 비교해도 약 400만원가량 차이밖에 안 난다.
스텔란티스코리아의 경우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국내에 공식 출시하면서 GT 트림은 2017년 출시된 2세대와 동일한 가격인 499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러한 가격 정책은 업계에선 '파격'으로 통한다. 더욱이 이들 모델이 한국 시장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에 신경을 썼다고 분석했다.
볼보 XC90은 한국 판매량이 전 세계 10번째를 기록할 정도로, 중형 XC60과 함께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실적을 책임지는 모델이다. 볼보는 2021년 300억원을 투자해 한국 맞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했을 정도로 국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폭스바겐 아틀라스는 2017년 대형 SUV 수요가 높은 미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모델인데, 이례적으로 북미 시장 다음 출시국으로 한국을 택했다. 점차 커지는 국내 준대형 SUV 시장을 노린 포석이다.

치솟는 환율 등으로 수입차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오히려 가격을 낮추거나 인상폭을 최소화해 한국 내 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것. 일례로 포드코리아는 최근 준대형 SUV 익스플로러 가격을 약 12% 낮춘 결과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0.4% 증가한 1659대로 껑충 뛰었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사실 이러한 가격 정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신형 XC90 출시 간담회 당시 "본사 입장에서는 환율이 10% 오르면 간단히 봤을 때 마진이 10%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판매하면 할수록 잘못하면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도 생기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다만 이 대표는 "그렇지만 환율은 언제든 안정될 수 있기 때문에 신뢰를 가지고 시장을 키우면 1~2년 후에는 큰 성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본사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 역시 준중형 SUV 푸조 3008GT의 가격을 8년 전 가격과 똑같이 책정하면서 환율 상승에 따른 본사와의 가격 협상에 대해 "여러 차례 논의와 간절함을 담은 협박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국내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